존 카사베츠의 영화는 지켜보기 아주 힘겹다는 고정 관념을 밀어내는 영화. 여섯 살 꼬마와 마피아 조직원 여자 사이에 연대감을 장르 영화 형식을 빌어 말한다. 남장 여자처럼 거칠기만한 글로리아가 친구의 죽음으로 친구 아이를 떠맡게 된다. 어른은 삶을 사는 자신만의 방식을 갖기 마련이다. 글로리아는 마피아 조직원으로서 살면서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방법을 보여준다. 식당에서 호텔에서 택시 기사를 대하는 태도로 과거의 거친 삶을 넌지시 비춘다.

 

여섯 살 꼬마의 눈에 거친 글로리아는 낯설지만 흥미롭다. 가족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어른 여자가 스치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꽤 매력적으로 지켜본다. 게다가 꼬마는 이제 고아여서 의지할 사람도 없다. 글로리아는 유년기를 기억하기에는 많이 살았고 꼬마의 눈높이를 헤아리기에는 너무 바쁘다. 마피아 조직원들이 노리는 꼬마를 살리려고 뉴욕 뒷골목을 누비느라 정신없다. 너무 다른 두 사람이 눈높이를 맞춰가는 과정이 진지하고도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갖은 구박에도 굴하지 않는 꼬마의 똘망한 말투가 안 잊혀진다.

 

지나 롤랜즈는 추격당하는 중에서 하늘거리는 정장에 하이힐을 신고 매일 갈아 입을 옷이 든 가방을 들고 지하철 계단을 달리고 역을 종횡으로 누비며 골목을 살핀다. 버스, 지하철, 좁은 호텔방에서 카메라는 사선으로 인물을 잡아내는데 무슨 일이 일어날 거 같은 암시를 주는 앵글을 자주 사용한다. 인물을 크게 잡는데 가운데 두는 게 아니라 옆 쪽으로 배치하고 나머지를 주변을 보여주는데 시선은 인물보다는 프레임 주변을 살피게 돼서 인물과 같이 호흡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음악은 어찌나 서정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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