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소재나 줄거리로 좋은 영화를 놓치곤 한다. 제목도 아리송한 <코파카바나>가 그렇다. 무슨 말인가 싶어서 검색을 했더니 이태원 코파카바나, 청담동 코파카바나, 일산 코파카바나, 브라질 해변, 볼리비아 해변이 주르르 뜬다. 프랑스 감독이 이태원이나 일산 코파카바나를 알리 없으니 브라질 해변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낯선 지명은, 주인공 바부의 일상과 닮아있다.  

 

철 없는 엄마와 딸의 갈등과 화해라는 이야기만 보고 단정해 버렸었다. 우연히 케이블 채널에서 보게 되었는데 그냥 철 없는 엄마의 이야기가 아니다. 본래 이름은 엘리자베스지만 영국 여왕이 생각나서 싫으니 자신을 바부라고 불러 달라는 여인. 푸른색 눈화장과 붉은 립스틱, 원색 계열의 옷과 스타킹을 즐겨 신는 여인. 화가 날때는 버럭해 버리고 직장도 꾸준히 다니지 못한다는 말을 친구한테서 듣는 여인. 결혼을 앞 둔 딸은 엄마의 똘끼가 부끄러워 결혼식에 오지 말라고 한다.

 

주변 사람들은 바부의 입장을 들으려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사정은 있기 마련이고 그 사정을 어떤 식으로 처리하는 지가 그 인물의 총체적 성품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어른 세계란 자신의 감정을 참을 줄 알아야하고 유유상종을 지향한다. 바부는 이런 면에서는 육체적 나이와는 반비례하다. 정신적으로 사춘기처럼 천진하고 질풍노도를 겪는 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 매서운 칼바람에 와들와들 떠는 부랑자 커플과 금새 친구가 되고 하루 만에 낯선 도시 사람들과 어울리며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는 성격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호탕하고 자유로운 성격이, 함께 어울려 사는 이들한테는 골칫거리다. 일상에도 규칙이 있어서 친구로서 엄마로서 또 가게 점원으로서 마땅히 해야하는 역할이 있는데 그 역할 규칙을 어기면 비난을 감수하거나 그 비난을 감수 할 수 없다면 규칙에 따라야한다. 호탕해보이는 바부도 비난과 동반되는 외로움을 감수하기보다는 규칙을 따르려고 노력하지만 타고난 기질은 막을 수 없어서 유리 그릇 위를 걷는 것처럼 조마조마하다.  

 

한 사람의 인격이, 그 사람을 둘러싼 주변인물들한테서 더욱 잘 드러난다고 평소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이 영화를 보니 내 생각이란 게 얼마나 편견으로 단단하게 갇혀있는지 좀 생각하게 된다. 아무한테나 말도 안 걸고 타인의 도움이나 호의도 일단은 경계하는 바부의 룸메이트는 전형적인 일반적 도시 여성인데 자신 밖에 모르는 이기적 인물로 아주 밥 맛이다. 감독이 바부의 똘끼를 애정을 갖고 그려서 그렇기도 하지만 영화를 통해 가끔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으니 그래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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