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의 내가 즐길 수 있는 장르가 아니다. 그래서 다시는 보지 않으리, 하고 다짐하건만 감독이나 배우들에 대한 호기심이 번번이 승리한다. 결국 극장에 간다. 영화를 보는 내내 다시는 보지 말아야지, 하고 또 다짐을 하며 앉아 있는다. 이런 악순환을 거듭하는 거 보면 머리 참 나쁘다.ㅜㅡ
이 영화는 좋아하는 두 배우, 공효진과 하정우가 나온다. 어찌 극장행을 자제할 수 있겠는가. 영화는 생각보다도 훠어씬 지루하다. 이런 지루한 영화는 90분으로 짧게 끊으면 안 되나요, 감독님?
영화가 아주 형편 없는 건 아니지만 많은 로맨틱 코미디들이 그렇듯이, 기시감을 주고 지나치게 낙천적인 판타지다. 게다가 남자 주인공이 말도 아주 많이 한다. 재밌는 말은 가끔하고 지루한 말은 아주 많이. 대사를 좀 줄였다면 재밌는 말이 인상적일 수 있었을텐데. 남자 주인공이 왕 수다장이어서 말이 말에 묻히는 격이다.
이 영화는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 것만 빼고는 헐리우드 극과 매우 흡사한데, 이 점이 신선하면서도 진부하다. 멜로 영화의 정체성이 시대에 맞춰 점점 달라지고 있는데 이 영화는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한국 영화에서 가족은 전경이나 후경에 배치되었다. 남녀 간 연애 패턴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어도 남녀 사이에 가족이 크든 작든 갈등의 요소로 작용해왔다. <러브 픽션>은 가족이 후경에 있긴하지만 코믹 요소나 주인공의 소품 정도로만 기능한다.(하정우의 형, 공효진의 아버지 모두)
로맨틱 코미디에서 헐리우드와 한국 영화 사이의 차이가, 가족이란 변수라고 생각해왔다. 이 차이가 <러브 픽션>에서는 거의 안 드러난다. 내 피는 한국사람인지라 아주 현실성 없게 봤다. 가족이 지나친 중심축이 되는 것도 지루하지만 헐리우드와 같은 건조한 영화도 지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