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들 - 윌리 로니스의 사진 그리고 이야기들 내 삶의 작은 기적
윌리 로니스 지음, 류재화 옮김 / 이봄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그림집에 대한 욕심은 없는데 사진집에 대한 욕심이 있다. 그림과 사진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르다. 그림은 복제가 불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화집은 원본과 같은 감동을 주지 못한다고 믿는다. 반면에 사진은 복제도 가능하고 배경도 회화와 달리 사실적이다. 디지털 시대에 회화가 시쯤 된다면 사진은 잡지쯤 된다고 할 수 있다. 인쇄질에 상관없이 어디서든 펼쳐봐도 원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초기에 사진이 회화 장르를 무너뜨릴거라는 걱정도 있었지만 내가 보기에 회화와 사진은 결과물을 눈으로 감상한다는 공통점 외에는 전혀 다른 장르의 예술이다.

 

사실 이 사진집은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주문했는데 어떤 깨달음을 주는 사진집이다. 이제부터 그 깨달음을 조금 적겠다. 디지털 시대에 카메라는 아주 흔해졌고 어차피 카메라를 만지작거릴거면 결과물을 조금이라도 잘 얻어보겠다는 사심(?)이 있게 마련이다. 가끔 멋진 사진 블로그를 발견하면 넋 놓고 클릭질을 하기도 한다. 내가 넋을 놓게 되는 사진은, 보정을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한만 사용한 사진이다. 어떤 사진은 카메라가 장착한 성능만을 뽐내는데 이런 사진은 마음을 잡아끌지 못한다. 8백만 화소로 찍은 야경에서 노이즈에 인상을 쓸 때도 있고 1천만이 넘는 화소에서 그런 노이즈가 없이 반들거리는 야경을 보면 침이 흘릴 때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사진은, 기술적 성능이 해 낼 수 없는, 찍는 이의 그 무언가가 있을 때 훨씬 더 인상적이 된다. 이런 점에서 로니 윌리스의 사진집은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따뜻하게 알려준다.

 

"이런 사진들을 보면 내가 일상 속에, 일상적인 현실 속에 있다는 것을 느끼는데, 바로 그것이 나다. 나는 소설가가 아니다. 나는 무엇도 지어낼 수 없다. 그냥 존재하는 것, 내 눈에 보이는 것, 내 관심을 끄는 것과 함께 있을 뿐이다. 가장 어려운 것은 그것을 포착하는 것이다. 이런 사진들은 신비한 면은 없지만 그 정확한 순간 속으로, 순수한 감정 속으로 온전히 나를 빠지게 만든다. 가만히 멈춰서서 되찾고 싶은 것은 바로 그 순간이다."(85-85)

 

20세기 사진술은 망원이나 아웃 포커싱 등등, 요즘 우리가 성능 좋은 카메라에서 기대하는 기법보다는 회화적 이미지가 강했던 거 같다. 전체적 프레임을 사용하는 방법이나 전후경을 피사체와 조화시키는 방법, 그리고 자연광을 이용하는 방법이 거의 초기 사진술이다. 내 아날로그적 감성은 초기 사진술이 지닌 이런 방법에 무릎을 꿇곤한다. 이 사진집이 특별한 이유는, 작가가 그 사진을 찍을 때의 정황을 잔잔하게 말하는데 그 정황이 마치 동영상처럼 머리속에서 펼쳐지면서 사진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빛, 그리고 작가 자신이 우연히 그곳에 있으면 그 장면을 포착한 시선이 결합한 결과가 바로 사진이다. 신문사나 잡지사가 선택하지 않은 사진이지만 자신이 뽑은 컷, 그러니까 B컷에 대한 이야기인데 사진보다는 작가가 말한 그날의 빛과 장면 속에 함께 들어가 있는 것같은 환상을 불러온다. 작가가 되찾고 싶은 순간으로 보는 이를 안내하는 사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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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 2014-02-04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좀 참고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