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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피아노 플레잉
죠르지 샨도르 지음, 김귀현 외 옮김 / 음악춘추사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피아노 레슨 받은 지 1년 7개월 째로 접어드니 여전히 잘 못 치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 피아노가 내는 소리에 귀가 예민해졌다. 내가 두드리는 건반 소리와 선생님이 두드리는 건반 소리는 너무 달라서 피아노가 다른 것 같다. 음악적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소리를 달리 내는 게 근육의 강약 조절이라는 선생님 말을 듣고 피아노와 몸의 움직임을 검색했더니 이 책이 나와서 주문했다.
손가락 힘이 아니라 팔의 힘으로 쳐야한다고, 늘 들었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 책을 읽으니 완전 이해됨ㅋ. 역시 이론은 일정 부분 필요하다. 토요일 밤에 이 책을 펼쳐들고 읽고 있자니 동생 왈, 화장을 책으로 배우냐? 피아노 연습을 해야지 책만 읽는다고 피아노를 잘 치냐, 하고 비웃었다. 그러나 발췌해서(꼼꼼하게 읽기에는 너무 책이 두껍다-_-) 읽고 나니 피아노 연주의 다른 세상에 도달한 것 같은 기분이다. 뭐 그렇다고 내 손가락 움직임이 빨라지거나 유연해지거나 하는 건 결코 아니다. 그러나 내가 손가락을 움직일 때 가능하면 윗팔을 움직이려고 한다는 것이 달라졌다.
피아니스트들이 연주를 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몸을 이리 저리 움직이는 게 흥에 겨워 도취된 것만이 아니라 손가락 낙하와 속도에 따라 근육이 움직이는 방법이었던 거다!
이 책의 주제는 효율적 연습을 위한 피아노와 신체에 대한 이해다. 연주를 위해 곡을 기억하는데 네 가지 기억력을 사용한다고 한다. 시각적 기억, 청각적 기억, 근육 움직임을 통한 기억, 지적/분석적 기억. 내가 주로 사용하는 기억의 단계가 시각과 분석적 기억 두 가지다. 한 악절을 연주하면서도 나는 한 마디는 바르게 치고 다음 마디는 틀리고 또 그 다음 마디는 바르게 치고 다음 마디는 틀리는 아주 고른 규칙을 보여준다.-_-;; 이 원인이 두 가지 기억 영역만 사용해서 그런 거 같다. 피아노는 타악기로 손가락의 낙하 속도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 말은 근육의 민첩한 협동과 조절을 요구한다고 하겠다. 어린 아이들이 빨리 악기를 배우는 이유도 바로 이 근육 조절에서 어른 피아니스트보다도 더 자연스러운 수행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고 생각해보니 나는 뭐든 활자로 먼저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손을 움직이는 일은 고작 컴퓨터 자판을 치는 정도가 전부다. 이제 글씨를 손으로 써 볼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손글씨를 안 쓴지 너무 오래돼서 자음과 모음의 균형을 맞추는 일도 굉장히 어색하게 느껴진다. 연습은 안 하고 이렇게 분석만 하는 게 내 주특기.ㅋ 아무튼 아주 유익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