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의 돌 - 아트 라이브러리 19 아트 라이브러리 19
존 러스킨 지음, 박언곤 옮김 / 예경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따르면 지은이, 존 러스킨은 고딕 예찬론자다. 고딕식 건축의 순수 특성을 규정하려고 무지 애쓴 챕터가 종종 등장한다. 비잔틴과 고딕 양식의 모호함을 구분하려고도 하고. 감상자로서 이런 구분은, 사실 좀 지루하다. 많은 건물들이 하나의 양식이 아니라 여러 가지 양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런 이유로 고유한 건축물이 되기도 하니까. 내 주관적 감상은 이렇다. 어떤 한 공간과 시간에 위치 했을 때 감정이 아교처럼 작용해 두 눈으로 보고 두 발로 디뎠던 공간을 기억하게 만든다.

그러니 러스킨이 찬양하고 심혈을 기울인 고딕식 특징이 유레카를 외치게 하진 못한다. 하지만 베네치아에 대한 내 나쁜 기억을 조금을 잊게 해 준다.

 

"당신은 아마도 산 마르코의 출입구 앞에서 일출 때부터 일몰 때까지 이리저리 거닐다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위로 올리고 표정이 밝아질지도 모른다. 성직자와 속인, 군인과 일반인, 부자와 거지의 구별 없이 동등하게 그곳을 지나간다. 포치의 바로 그 움푹 들어간 곳까지 도시의 가장 비천한 상인들은 그들의 판매대를 끌고 온다. 아니 오히려 열주들의 토대 자체가 좌석이다. 교회 앞은 제물을 위한 비둘기를 파는 사람들의 자리가 아니라 장난감들과 만화들을 파는 행상인의 자리가 된다. 교회 앞 광장 둘레에는 거의 카페들이 줄지어 있는데, 그곳은 중류층의 한가한 베네치아인들이 어슬렁거리거나 별 내용 없는 잡지를 읽는 곳이다. 저녁 예배시간 동안에는 광장 중앙에서 오스트리아인 밴드가 연주를 한다. 오르간 건반에 맞추어 진동하는 군악과 그들 주위를 둘러싼 가라앉은 군중들이 있다. 포치의 움푹 들어간 곳에는 일자릴 잃고 맥이 빠진 하층류 사람들이 하루 종일 도마뱀처럼 햇볕을 쬐며 누워 있다. 소외된 아이들(그들의 어린 눈은 절망과 잔인한 악행으로 가득하며 그들의 거친 목소리는 온갖 욕설을 내뱉는다)은 매시간 교회 포치의 대리석 바닥에 성한 곳 없는 자신들의 동전을 던져대며 도박을 하고 싸우고 으르렁대고 잠을 잔다. 그리고 그리스도와 천사들의 형상이 계속해서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다."(138)

 

 

마치 사진같은 묘사다. 책의 많은 부분이 고딕 건축 양식에 관한 설명인데 나의 뇌는 이렇게 느낌만 찾아낸다.-_-; 러스킨이 직접 그린 그림도 종종 삽입되어 있다. 그림, 글 모두 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그림과 글 모두에 능하다니 감탄스럽다.

 

베네치아에 갈 일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중에 혹시 가게 된다면 이 책을 꼭 가져가야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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