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탄 소년 - The Kid with A Bik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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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탄 소년>은 다르덴 형제가 만든 영화들의 변주다. 클로즈업과 함께 인물이 내쉬는 거친 숨소리가 음악 대신 깔린다. 핸드헬드 카메라로 인물이 달리면 카메라도 같이 달린다. 기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 카메라와 공간이 공모를 해서 공간 속에 위치한 인물의 쇼트들로 극적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감독들이다. 아날로그식 영화처럼 느껴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르덴 형제처럼 인물의 심리적 긴장감을 잘 잡아내는 건 다른 감독들이 흉내낼 수 없다. 자칫하면 답답하기만 할 수 있는데 영화 내내 두 발로 달리거나 자전거 타고 질주하는 소년의 속도감을, 카메라가 따라가면서 관객도 같이 달리고 있으며 공감으로 이끄는 신비로운 힘을 발휘한다. 우리나라 독립영화들을 보면 지나치게 무겁고 카메라는 정적이어서 보고 나면, 한숨이 쉬어진다. 다르덴 형제는 전형적인 한국 독립영화의 대안으로, 좀 삼았으면 좋겠다. 무거운 사회적 문제 제기를 해도 영화적 문법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다르덴 형제의 관심은, 늘 사회적 문제다. 이주 노동자들의 현실 속에 녹아 있는 어린 아이의 미래, 자기의 아이를 팔아 먹을 정도로 도덕성도 잃어버린 참담한 88만원 세대, 꿈을 이루기에는, 이기심으로 가득한 현실이 다르덴 형제 영화의 화두다. <자전거 탄 소년>도 이런 사회 고발적 시선의 연장선상에 있다. <약속>에 어린 소년으로 출연했던 제레미 레니에르가 이제는 성년이 돼서 아들을 버린 아버지로 나온다. 영화와 현실이 교묘한 접점을 이룬다.

 

시릴은 아버지(제레미 레니에르)를 찾아 헤매고 신뢰를 되찾고 싶어하지만 현실은 척박하기만 하다. 아버지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게 우선이다. 시릴은 아버지처럼 따뜻하게 대해 주는 동네 건달을 위해 강도 짓까지 하지만 강도 짓이 실패로 돌아가자 시릴을 욕한다. 시릴의 미래를 위해서는 잘 됐지만 한편으로 시릴은 어른의 이기심에 더 깊은 상처를 받는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시한 폭탄같았던 시릴은, 어른의 이기적 세계를 일찍 겪는다. 그래도 사만다라는 위탁모는 마지막 보루다. 사만다가 아이를 끝까지 보호하려는 의지는, 가차없는 부성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세상에 어머니같은 모성이 있어서 아이는, 모든 것에 불구하고 성장한다, 같다. 아이의 미래가 여전히 위태로워보이지만 절대적 믿음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어른이 있는 한, 아이는 성장이란 외줄타기를 끝마칠 수 있을 듯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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