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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니의 여인 - Puccini and the Gir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가 매력적인 매체라는 걸 다시금 일깨워주는 영화다. 이 영화는 대사가 전혀 없이 편지를 읽는 내레이션과 음악만으로 이루어졌다. 푸치니가 '서부의 여인'을 작곡한 과정을 영상화하는데 19세기 그림들을 카메라로 담아 보여주는 것처럼 회화적이다.
토스카 지방의 토레 델 라고 마을이라는데 옆집에는 숟가락이 몇 개있는지 다 알 거 같은 조그만 마을이다. 저녁이면 마을의 작은 바에서 음악이 흐르고 얼마 안 되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추기도 한다. 푸치니의 저택을 중심으로 펼쳐진 평민의 집에는 소박한 일상이 살랑이는 바람에 드러난다. 집앞에 빨랫감이 걸려있는 그림처럼 평온한 장면에 한 여인이 빨랫감을 걷으러 나오고 들어갈 때까지 카메라가 움직이지 않는다. 서사에 필요없을 것만 같은 장면도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라니. 여자가 빨랫감을 안고 문을 닫고 안으로 사라지고 미풍이 나뭇가지를 쓰다듬는데 이런 장면에서도 눈을 뗄 수 없다.
푸치니의 연인이라고 의심받은 한 젊은 하녀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잔인한 이야기가 이 아름답고 평온한 마을을 배경으로 일어난다. 푸치니의 아내가 하녀를 질투하는 장면 역시 시적으로 표현된다. 격정이나 질투, 분노가, 대사가 아닌 단호한 걸음걸이나 옷자락이 펄럭일정도로 휙 돌아서는 움직임, 또 몰래 숨어서 하녀를 응시하는 시선들로 격하게 전달된다. 최소한의 언어적 정보와 인물들의 극적인 동작들과 음악과 더불어 시각적인 비언어적 정보들로 미스터리같은 줄거리를 흥미롭게 따라가고 마지막에는, 아, 하는 감탄사를 지르게 만드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