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 Silence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영화를 보고 이러쿵 저러쿵 감상문을 쓰는 게 망설여졌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말해야하나...혼자 며칠 고민하다 기록은 나의 힘, 이란 생각에, 본 지 열흘이 지나 불콰함도 잦아들어 몇 자 적는다. 

먼저 이 영화는 아주 많이 불편하다. 실화라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지만 재현하는 태도나 방식이 자극적이다. 성추행이나 폭행 장면을 아이들의 구술로 끝내지, 하면서 감독을 탓했다. 아이들이 수화를 하고 공유가 통역을 하는 형식으로 내레이션이 깔리면서 플래시백으로 이어진다.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장면들을 이미지화된다. 이미지는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애인이 바람 핀다고 주변 사람들한테 말로 전해 들을 때는 애인에 대한 신뢰는 금이 가긴 하지만 불신이 순도 높은 강도는 아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 있는 장면을 직접 목격한다면 그 사람이 바람 피는 상대가 아니라도 불신의 강도와 분노는 극에 달해서 지옥으로 걸어들어가게 된다. 그러니 이 영화가 재현하는 플래시백의 힘은 심리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온다.

피디 수첩과 소설에서 이미 다뤄졌지만(난 둘 다 보지 못했고 영화만 봤지만) 영화가 만든 이미지 만큼 현장을 목격한 기분은 아닐 것이다. 감독이 표현 수위를 높인 건 상업적 목적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비난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이 표현 수위 때문에 관객이 분노하고 사회적 담론이 일어났다. 결국 인화학교 폐교와 도가니 법을 제정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처음 의도가 칸트적 목적에 맞는 순수한 동기는 아닐지라도 이 영화는 충분히 한 시대의 부패의 일면을 고발하는 역할을  했다. 사실 칸트의 목적론은 이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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