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다는 것의 의미 동문선 현대신서 16
존 버거 지음, 박범수 옮김 / 동문선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피터 버크의 <이미지의 문화사>가 이미지를 역사적 증거로서 이미지를 사용하는 방법과 그 주의사항을 말하고 있다. 피터 버크의 관점을 읽으면서 동의하지 못한 채 내내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존 버거의 글을 읽으면서는 이유를 깨달았다. 내가 원하는 건 이미지를 역사학적 관점에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통해 드러난 역사적 관점이었다. 이미지를 둘러싼 컨텍스트가 내 관심사지 컨텍스트 안에 있는 이미지를 위치시키는 게 아니었다. 단순한 사실이지만 큰 깨달음이다!  

이미 알려져있듯이 시선은 하나의 권력이다. 첫 챕터에서 존 버거는 왜 시선이 권력인지를 우리가 동물을 구경하는 이유를 통해 말한다. 동물을 구경하는 시선 속에 우리는 동물을 타자화하고 바라보는 대상 뿐 아니라 바라보는 주체인 우리 역시 사회 배경 속에서 은연중에 타자화 된다고 설명한다.  

버거는 이미지를 사회 컨텍스트에서 타자화 시키는 게 아니라 어떻게 녹여서 능동적으로 바라볼 지 좋은 예시들을 선사한다. 아주 주옥같은 글들과 반짝이는 시각이다. 이 반짝임은 해박한 지식에 근거한다. 주절주절 늘어놓는 게 아니라 간결하게 짚고 넘어가서 더 알기를 원하는 독자한테는 능동적으로 더 찾아 읽기를 묘하게 부추긴다. 밀레에 관한 글을 꽤 여러 군데서 읽었지만 버거의 글처럼 또렷하게 기억할 수 없다. 조르주 드 라 투르에 관한 글들 역시 잊기 힘들 것이고 조르주 드 라 투르의 그림을 다시 보게 될 그 어느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