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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사용 설명서
전석순 지음 / 민음사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난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을 좀 좋아하는 것 같다.ㅎ;; 형식적 면에서 좀 다른 소설에 상을 주는 거 같은데 아무튼 이 소설도 올해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답다. 제목에서 감지할 수 있듯이 철수란 청년 실업자의 일대기를 사용 설명서처럼 말하는 소설이다.
현대 한국소설의 큰 장점은 술술 읽힌다는 점이다.작가들이야 이렇게 쉽게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 머리를 쥐어짰겠지만 그 덕분에 독자는 머리 싸맬 필요 없이 그저 눈으로 스캔한 글자를 약간의 감수성을 더해 느끼기만 하면 된다. 사람들이 철수의 고유한 제품 특성을 꼼꼼히 살펴보지 않고 규격화해서 규격에서 벗어난 철수를 불량품으로 대하는데 대한 반박이다. 메뉴얼을 자세히 보면 주의사항란에 철수의 세부적 특성이 언급되있는데 아무도 주의사항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가 가전제품을 샀을 때 주요 기능 이외에서 깨알같이 쓰인 설명서를 폐기 처리하는 이치와 같다.
작가는 그런 비유를 독특하게 한다. 냉장고가 세탁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참 별 말 아닌 것 같은 생각할수록 많은 의미가 들어있다. 그러니까 누구나가 섹시 웨이브를 잘 하도록 제조된 게 아닌데 멋져보이려면 섹시 웨이브가 필수 기능이어서 어설프게라도 섹시 웨이브를 할 수있게 연습해야한다. 섹시 웨이브를 못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도 불량품 취급당해야 하는 운명인 것이다. 우리 사회의 쏠림 현상을 에둘러 말하고 있다.
"철수가 가진 고유의 특성을 고장으로 오인하는 경우는 이외에도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제품 사양을 꼼꼼하게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모델에 비해 사양이 뒤떨어지거나 월등히 좋다고 해서 고장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형식은 재치있고 톡톡 튀지만 내용은 루저의 감수성이라 익숙하다. 철수를 하나의 제품으로 바라 본 시선 때문인지 비애는 있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발견할 수 있는 위로가 없다고 해야하나. 철수한테 감정을 이입하는 것 역시 주의사항처럼 인물들을 희화하했지만 인물들한테 공감 하는 것을 막는 아쉬운 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