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카피하다 - Certified Cop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한 대상이 예술품이라는 판정은 누가 내리며 그 기준은 뭔가. 찾아 보는 이가 많고 보면서 감흥을 얻는 모든 것은 예술품이라고 할 수 있다. 원본보다도 더 그럴듯한 복제의 풍요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한테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철 지난 담론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예술품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결국 예술은 삶의 파편일 뿐이다. 그렇다면 원본인 삶과 사랑도 원본과 복제가 있을까. 영화는 원본과 시뮬라크르에 대한 지루한 대화 사이에 한 남자와 여자의 삶에 관한 대화를 끼워넣는다. 여자가 예술품이라고 여기는 삶은, 남자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는 삶이다. 남자한테 예술적 경지의 삶은 자신의 영역을 그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게 굳건하게 막는 일이다. 길을 걸으면서 두 사람의 삶을 막 시작한 신혼부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중년부부, 걸음을 옮기는데 서로의 팔이 필요한 노부부를 카메라에 담는다. 그 누구의 삶도 가짜가 아니지만 누구의 삶이 예술적인지 알 수 없다. 누구의 삶이 예술의 경지라고 말하는 건 순전히 구경꾼의 입장이므로 실제로 삶을 살아가는 주체는 예술의 조건 따위 보다는 그 순간의 소소한 즐거움에 더 관심이 있을 터이다. 문 밖에 놓인 의자에 앉아 함께 볕 쬐며 지나가는 사람들 보는 즐거움은 예술품을 보는 것보다 더 가치있을 수 있다.  

영화 속 남자와 여자는 일상에 대한 근본적 시각의 차이를 좁히지 못한다. 남자는 사소한 습관도 버릴 수 없으며 여자는 남자의 그런 점이 못마땅하지만 지친 마음을 내려놓을 곳이 남자라고 여긴다. 두 사람이 실제 부부였는지 아님 처음 만난 사람인지 모호한 경계 속에서 여자의 고단한 삶이 퍼즐처럼 조금씩 드러난다. 
 

2.

처음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영어로 대화를 한다. 마을 광장에 있는 조각상을 보고 남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여자의 모습에서 숭고한 예술적 기품이 들어있다고 여자가 말한다. 한 중년 남자가 남자에게 슬그머니 충고를 한다.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든 지금은 그저 여자의 어깨에 손을 가만히 얹어주기만 하면 된다고..남자는 주춤거리며 여자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그리고는 두 사람의 대화는 여자의 모국어인 불어로 바뀐다.  

그러나 두 사람이 다시 의견을 달라지는 지점에서 남자는 자신의 모국어 영어로 여자는 불어로 대화를 한다. 사람의 관계는 이런 게 아닐까. 어느 순간에는 그 사람이 사용하는 말에 친숙해졌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그 사람이 사용하는 말은 낯선 외국어가 돼버리는. 아무리 친근한 사람 사이에도 모국어와 외국어 사이에 존재하는 극복할 수 없는 뉘앙스의 벽이 늘 존재한다. 두 언어 간에 존재하는 뉘앙스의 벽이 무너지는 건 인간 세계에서 가능하기는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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