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국인 아편 중독자의 고백 펭귄클래식 105
토머스 드 퀸시 지음, 김명복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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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제목의 도발성 때문이다. 아편 중독자의 고백이라니...나는 태생상 뭐든 중독자가 못 된다. 저울이 늘 균형을 이루어야 마음이 안정되기 때문에 양쪽 접시의 추를 같게 유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그러다보니 추의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는 사람들의 심리에 관심과 애정을 쏟게 된다. 중독이라는 게 한쪽을 버려야만 가능하다. 그게 자신의 영혼이나 육체를 갉아먹어도 쏠림의 성향을 버릴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내가 균형을 버릴 수 없는 성향인 것처럼.  

일 중독자, 알콜 중독자, 마약 중독자, 아편 중독자..어떤 매체가 됐든 중독이란 건 내게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미국영화나 소설을 보면 마약 중독자의 심리나 신체 현상을 다룬 작품이 꽤 있다. 나이가 들면서 그들이 마약에 의존하게 되는 배경을 유심히 보게 된다. 중독 후유증으로 겪는 물리적 고통과 맞서는 처절함을 그들이 처한 현실 속에서 보려고 하는 편이다. 물론 현실보다는 쾌락을 좇는 경우도 있는데 쾌락의 절정을 추구하는 행동도 내 눈에는 그럴듯해 보인다..이렇게 말하면 내가 기회가 주어지면 마약 중독자의 길로 들어설 여지가 있을 것 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기회가 주어져도 나는 아마 중독자가 되지는 못 할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은 아편의 심각성에 대해 알리고자 쓴 글이라고 한다. 아편은 20세기 초반까지만해도 만병통치약으로 공공연하게 처방되었다고 한다. 머리 아파도 아스피린처럼 복용하고 가정 상비약으로 둘 정도였다고 한다. 저자는 위통 때문에 아편을 복용하다가 중독자가 되었고 아편을 끊고나서 그 경험을 통해 아편상습 복용에 대한 위험을 알리고자 했다. 흔히 아편은 쾌락을 위해서라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내가 동경하는 중독자의 모습은 아니지만 글에 통찰력이 배어있다. 아편을 주제도 쓰고 있지만 아편이 유행하는 당시의 영국의 사회상을 단편적으로 다룬다.  

아편 중독자로서 거리 생활을 할 때 만난 어린 소녀가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걸 목격하고는 이렇게 말한다. "런던에서 행해지는 자선 행위가 좀 더 신중하게 베풀어졌다면, 법이 개입해 그녀를 보호하고 보상도 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런던의 자선 행위는 깊고 강력하지만 소리도 없이 지하로 스며드는 강물을 따라가고 있어서, 집도 없고 가난한 부랑아들에게는 분명 쉽게 접근하기가 불가능하다. 런던 사회의 외부 환경 구조는 거칠고 잔인하며 배타적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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