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 - Chongqing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장률 감독 영화는 처음 봤다. 내가 왜 여태까지 이렇게 서정적인 영화들을 안 보고 흘려보냈나, 하고 자책했다.  

1. 느린 호흡으로 담담하게 한 중경 시민의 이야기를 한다. 쑤이는 중경출신이면서 북경어를 사용하고 북경어를 가르친다. 아버지와 둘이 살고 있는데 두 사람은 서로 소통하지 못한다. 쑤이는 아버지랑만 소통을 못하는 게 아니라 살고 있는 도시에서 어울리지 못한 채 이리저리 배회하는 산책자다. 쑤이한테 말을 걸어오는 이들은 모두 쑤이의 마음 따위는 관심없고 그녀의 몸에만 관심이 있다. 쑤이는 매춘을 한 아버지를 혐오하면서 인간의 본질적 욕망에 자신을 내 줄 위기를 맞는다. 중경 사투리를 쓰지 않고 고집스럽게 북경어를 쓰는 쑤이는 내적 자아와 외적 자아 중 외적 자아를 선택한 것 처럼 보인다. 그러다 아버지 일을 계기로 유부남 파출소장을 만나고 외적 자아를 밀쳐내고 내적 자아의 본질을 보기 시작한다. 그러나 상황은 암담하다. 이 영화는 건전한 자아찾기가 아니다. 진정한 자아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공간과 공간을 이루는 사람들은 그녀를 밀어낸다. 혼란만 가중되고 두 자아 사이에 생긴 균열의 틈은 커지기만 한다.  

2. 인물들의 표정이 아주 인상적이다. 웃음기 하나 없고 마치 넋이 나간 것처럼 무표정하다. 영혼은 다른 곳에 있는 육체가 거리를 유영하는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화 속 날씨는 덥다. 모두 반팔을 입고 있으니. 그런데 더위를 쫒는 으으스한 분위기가 영화 전반을 지배한다. 더위와 스산함이 이렇게 조합될 수도 있다니, 신기하다.

3. 장률 감독이 사용하는 영화 언어는 아주 회화적이다. 인물들과 배경을 카메라에 동시에 담을 때 인물들은 그림 속에 있는 것처럼 정지해있다. 특히 건물에 사는 사람들이 개발 반대 문제를 논의하느라 모여있는 장면은, 동양적인 동시에 유화 그림을 보는 착각을 유도한다. 또 한 가지 두드러진 특징은 카메라는 정지한 채 인물들이 프레임 안에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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