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스완 - Black Sw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영화보고 너무 좋아서 장편 데뷔작인 <파이>와 <레퀴엠>을 찾아봤다. 세 영화 모두 어찌나 격정적인지 러닝 타임 내내 하드락을 듣는 기분이었다. 영화가 끝나면 모든 게 소진되는 기분. 쉬지 않는 분할 화면이나 쇼트의 움직임, 신체 부위 클로즈업, 무의식적 환상을 이미지로 보고 놀라는 인물들과 함께 화면 밖에서도 움찔하게 만드는 긴장감. 대체로 우리는 이성이 비이성과 무의식을 통제하는 세계에 살고 있고 이성이 지배하는 질서에 익숙하다. 규범에 따르지 않을 때 혹은 어떤 이유로 규범을 따르지 못할 때 우리의 의식은 어떤 사고체계로 들어가는가 하는데 대한 고찰이 감독의 주 관심사다. 

무의식이 만들어낸 상상이 처음에 시작되다 상상이 현실과 공존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상상이 현실을 지배한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망상이란 말을 사용한다. 즉 미친 사람이 된다. 그러나 따지고보면 상상을 하지 않은 사람은 드물거다. 잠 들기 전에 누워서 내일 하기 싫은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을 그려 보곤한다. 많은 시간을 실제로는 상상하는데 사용하지만 대체로 망상으로 뛰어들지 않은 이유는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강하거나 주제파악을 일찌감치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꿈에 대한 열정도 쉽게 접을 수 있다는 말이다. 

꿈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현실에서건 상상 속에서건 꿈과 함께 산다. 꿈을 이루는 일은 분명히 근사하지만 꿈을 이루기위한 과정은 결코 근사하지 않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하기 싫은 일도 강도 높게 해야하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뇌신경은 늘 팽팽하게 당겨져 있다. 감독은 이런 뇌신경의 지배를 받는 인물들을 이미지화한다. 블랙 스완은 <파이>나 <레퀴엠>에서 한번 보여준 장면들을 잘 정돈하고 다듬어서 바느질 자국이 보이지 않게 잘 잇는다. <파이>가 수로 세계의 질서를 파헤치려는 수학자가 겪는 착시와 망상을, <레퀴엠>에서는 각자만의 미래를 상상하며 약물중독이 돼가는 모자, 연인, 친구를 묘사한다. 두 영화 속 인물들이 아웃사이더들인데 비하면 블랙 스완은 익숙한 테마와 주류적 시선으로 접근한다. 
 

그러나 대런 아노로프스키는 자신만의 관점으로 성공을 들여다본다. 평생을 준비해 온 무대에 설 기회를 가졌을 때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행복이 주인공이 아니라 행복이라고 부르는 것의 이면을 묘사한다. 객관적으로 행복이나 성공이라고 불릴 수 있는 일이 어떻게 한 개인을 억압하는지.. 그 힘은 무중력 상태 같다. 신발끈을 매는 일상적인 일조차도 훈련없이는 하기 힘들다는 무중력 상태. 무중력에 던져진 니나는 철저하게 자신과 싸움을 벌인다. 평생 지지자였던 엄마도 적처럼 보이고 동료도 위협적 존재로 다가온다. 움직이는 유기체만이 아니라 비유기체도 기괴한 형상으로 니나의 정신 한 자락을 따라다닌다.  

니나와 대척점에 있는 릴리란 인물은 평범한 인물을 독특하게 묘사한다. 같은 일을 해도 별 스트레스 안 받고 하고 싶은 거 다 해보고 아니면 말고란 정신세계를 보여준다. 두 사람 모두 매력있는 성격이지만 어떤 성격을 가질지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을까. 천성이란 의지와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부분인데 천성은 존재하지 않나...라는 질문으로 이끄는 인물이다. 천성이 백조인 니나가 흑조로 변신하기 위해 결국 니나가 해친 건 자기 자신의 몸인 걸 보면 생긴대로 살 수 밖에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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