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슬로의 이상한 밤 - O' Horten
영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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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온갖 잡생각으로 이끈다.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을 만나서 대화를 하다보면 미안하지만 하품이 난다. 그래서 다음 약속을 잡을 때 주저하게 된다. 엄마이자 아내가 된 친구들은 아이와 남편의 삶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엄마이자 아내 역할을 하기 전에는 많은 부분을 서로 주고 받은 적이 과연 있나 싶게 낯설다. 엄마이면서 아내 역할을 하는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다. 감정은 상대적이므로 모든 게 나는 자기 중심적이고 철 없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친구를 얻는 게 아니라 친구를 잃는 느낌이란 바로 다른 역할 탓인 듯 보이기도 한다. 타인의 삶이 미칠듯이 궁금하면서도 타인의 삶에 결코 관심을 두지 않게 돼버린 것 같다. 실제 타인의 삶보다는 그럴듯한 타인의 삶을 그린, 영화나 소설을 읽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이런 잡생각이 들었다. 40년동안 오슬로와 베르겐을 오가는 기차 기관사로 일했던 사람이 정년 퇴직을 한다. 기관사가 되기 전 삶이 어땠는지 모르지만 기관사로 일하는 동안 주인공은 타인의 삶에 관심이 없었다. 정년 퇴직을 한 후 주인공 오드 호르텐은 그동안 알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졌다. 그들은 죽거나 그와는 다른 세계에 있었다. 기차를 타지 않는 사람들이 겨울 저녁을 보내는 방법을 들여다보려고 과거에 알았던 사람들 집을 찾아나서지만 쉽지않다. 결국 집에 돌아오면 혼자다. 아니, 정확히는 새 한쌍이 그와 동거를 하고 있다. 온통 눈으로 쌓은 길을 걷기도 하고 카페에 앉아 우두커니 앉아 맥주를 마시며 사람들을 본다. 타인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아주 어릴 때이거나 아님 이 영화에서 처럼 아주 나이가 들었을 때가 아닌가, 싶다. 

신문에서 꽤 괜찮다는 평을 읽고 기대하면서 봤는데 벤트 해머의 정서는, 나한테는 좀 부족한 그 무언가가 있다. 1월에 벤트 해머가 감독한 <삶의 가장자리>란 영화를 봤는데 사람 심리를 묘사하는 깊이가 부족하다. 한 때 청춘의 상징이었던 맷 딜런의 망가진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였는데 맷 딜런의 연기는 좋았지만 알콜 중독자로서 맷 딜런이 추구하는 삶의 모토를 전달하는데는 겉도는 인상을 받았다. 감독은 군중 속의 고독 혹은 외롭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표현하는데 거스 반 산트 감독의 영화랑 자꾸 비교가 된다. 두 영화 모두 거스 반 산트 감독이 만들었다면 아주 근사한 영화가 됐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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