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다음 주 일요일이면 이스탄불에 가 있을 거라 애써 다시 읽고 있다. 2006년 처음 읽고 난 후기를 읽어보니 아주 불만족했던 거 같은데 지금도 역시 그렇다. 몰입이 잘 안 되는 소설이다. 왜 몰입이 안 되나...처음 읽었을 때는 화자가 자꾸 바뀌는 이야기체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읽고 있는 요즘은 이야기체가 아니라 오르한 파묵이 가진 세계관 때문이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신의 존재가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솔직히 짐작만할 뿐이다. 신의 존재를 필요할 때만 믿는 문화권 출신의 사람한테 목숨을 바쳐 신의 뜻을 따른다는 게 불편하다. 그림을 그리다 눈을 머는 게 신의 경지에 도달한다는 믿음을 공유하기에는, 지나친 물질문명 속에 둘러싸여있다. 이슬람 세계에서 여자의 위치 역시 마찬가지다. 다시 들여다보니 세큐레의 성격 자체는 입체적이다. 세큐레가 속한 사회는 여자가 나설 수 없는 이슬람 사회라 세큐레의 처지가 아버지한테 종속된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계획하는 진취적 여성이다.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본 독서 후기들이 다들 좋다고만 하고 어떤 점이 좋은지 써 놓지 않았다. 궁금하다. 뭐가 좋은 걸까?  

내가 인내심을 가지고 읽는 이유는 세밀화에대한 파묵의 애정 때문이다. 그림에 대한 서구적 시각에 대한 부정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매혹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베네치아 화가들이 그림 그리는 법을 부정하면서도 모방하려한 노력은, 매혹과 규범은 일치 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이 소설이 에니시테의 죽음과 관련된 그림 이야기와 카라와 세큐레의 사랑 이야기라는 두 가지 줄거리를 가지고 전개되지만 정교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결론은 파묵의 글은 내 취향이 아니라는 거. 하지만 <이스탄불>을 주문했다. 우울한 이스탄불을 느끼게 된다는데 파묵의 글에 고개를 돌리지 않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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