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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녜스 바르다의 해변 - The Beaches of Agnè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아녜스 할머니(이 영화를 보고 났더니 이렇게 부르고 싶어졌다) 영화는 <방랑자>로 처음 접했다. 상드린 보네르의 표정은, 영화 내내, 불만이 가득했다. 역동적이면서도 저항적이어서 할머니의 영화들을 여성주의 영화겠거니 편견을 갖게 됐다. 근데 요즘 아녜스 할머니 영화를 보니까 내 생각은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편견이라는 게 증명된다.
이 영화는 아녜스 할머니의 살아온 이야기다. <낭트의 자코>에서 남편 자크 드미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이 영화는 할머니,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오프닝은, 바람이 몹시 부는 해변에서 거울 여러 개를 아무렇게나처럼 보이지만 실은 거울이 또 다른 거울 속 이미지를 잡을 수 있게 배치하느라 분주하다. 구부정한 등을 하고 스탭들한테 활기차게 여러 가지를 지시한다. 작업 과정을 보면서 집중력과 힘에 놀랄 수 밖에 없다.
조곤존곤 과거를 회상하는데 꼭 옛날 이야기를 듣는 거 같다. 대학을 다니다 문득 마르세이유로 떠나 고기잡이 뱃일을 3개월 할 정도로 의지력과 강단이 있고 설치 미술 전시회를 하면서 공연을 할 때, 천진한 표정은 오래 잔상이 남는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표현하는 데 글로는 부족해서 영화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할머니...머릿속 상상을 재현하는데 불가능은 없다고 믿는 것 처럼 보인다. 상상이 수정을 거쳐 어떤 물리적 결과로 나와서 몇 십년이 흘러도 그 기분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할머니의 재능에 입을 다물 수 없다. 더불어 할머니의 동료는 고다르, 크리스 마르께 등 쟁쟁한 감독들의 여담도 보너스로 들을 수 있다.
마지막에 "영화는 집이고 나는 그 집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할머니의 집도 할머니도 더 이상 안 늙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