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푸앵트 쿠르트란 작은 어촌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록한 영화인데 구성이 독특한다.
두 편의 영화를 따로 찍어서 한 영화로 편집해 놓은 것 같다. 한 편은 어촌 마을의 일상을 다루었다. 허름하고 위생상태가 엉망인 어촌에서도 생명이 얼마나 생동감있게 파닥거리는지. 변변한 침대도 없는 좁은 집에 눈이 말똥말똥한 아이들, 이팔청춘의 남녀는 서로 자석처럼 끌린다. 프랑스 남부의 활기와 번잡함이 생에 대한 강한 파장을 일으킨다.
촬영방식은 영화내용보다 더 감동적이다. 카메라가 뒤에서 쭈욱 앞으로 들어가거나 뒤로 빠진다. 인물은 종종 프레임 밖으로 빠져나가고 사람이 빠진 자리에 고양이, 또는 바람의 흔적을 알리는 물건들, 햇볕과 볕이 만든 그림자가 프레임을 채운다. 마치 여행 스냅사진 같다. 사진을 전공한 바르다가 만든 첫 장편영화라고 하는데 바르다가 카메라를 다루는 방식은 아주 매혹적이다. 마을의 일상도 다큐멘터리같은 느낌이 난다. 특정한 사건이나 인물 중심이 아니라 일어난 일을 옮기는 것 뿐인 것 같다.
또 한 편은 두 남녀의 이야기다. 파리 출신의 여자와 라 푸앵트 쿠르트 출신의 남자가 헤어지기 위해 만난다. 두 사람이 마을 곳곳을 산책하면서 대화를 나누며 오히려 서로의 존재에 대한 가치를 확인한다. 편집이 알랭 레네인데 알랭 레네의 냄새가 강하게 나는 쇼트들이 가득하다. 정지된 화면 속에서 의도된 클로즈업과 신체부위 분할. 표정없이 대사를 주고 받는 두 인물사이에 거리두기는 <지난해 마리앤바드에서>를 만들기 위한 습작같다.
연인 역시 마을의 일부여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따로 떼어내서 돋보기도 들여다보는 방식이다. 전체적 큰 그림이 마을 전체라면 남자와 여자의 얼굴을 보고 이들은 말이야..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