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영화는 진부해지기 쉽다. 한 인물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감독의 시선이 관객한테는 그저 아이같은 천진함처럼 보여지고 감독이 묘사한 인물에 대해서는 정작 심드렁해지기 일쑤다. <낭트의 자코>는 전기 영화란 카테고리에 넣을 수 있지만 아주 특별한 전기 영화다.
아녜스 바르다의 남편인 자크 드미의 유년기를 담은 영화지만 자크 드미에 대한 애정을 자신의 소유물이 아니라 관객이 함께 호흡할 수 있게 만들었다. 남편의 재능에 대한 지나친 찬사가 아니라 어린 자크 드미의 과정을 따뜻하고도 유머있게 재구성한다. 마치 성장영화처럼 다가온다. 2차 세계 대전 무렵, 우리로 치면 단칸방에서 사랑 듬뿍 받으면서 어린 자코는 인형극, 영화, 오페레타를 즐겨본다. 보는 것에서 만드는 단계로 이행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영화에 대한 무한한 열정이 이어지고 열정만큼이나 재능도 있고 무엇보다도 끈기가 있다. 첫 영화를 완성하는 과정이 자세히 나오는데 그 끈기에 정말 대단한 소년이란 생각이..^^; 그의 끈기에 마침내, 아버지도 굴복한다. 영화는 자크 드미가 파리 영화학교에 입학하면서 끝이난다.
유년기의 여러가지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자크 드미의 영화에 어떻게 재현되었는지 영화 클립들이 삽인된다. <쉘부르의 우산>, <당나귀 공주>, <로슈포르의 숙녀들>..등등. 이런 장면들에서감독이 어린 자코를 사랑스런 시선으로 보는 게 느껴지는데 이런 점이 다른 전기영화랑 다르게 만든다. 전기영화가 찬사나 경건한 숭배라면 아녜스 바르다는 그냥 사랑하는 아는 꼬마로 보는 게 더 정감있다. 아마도 부부라서 그런게 아닐까. 어렸을 때 음악을 좋아햇던 자크 드미가 뮤지컬을 만드는 건 예정된 건지도 모른다. 중간중간에 자크 드미의 온화한 인터뷰 장면도 삽입이 되는데 영화적 형식 면에서도 세련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