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명화 비밀 - 개정판 생각나무 ART 1
모니카 봄 두첸 지음, 김현우 옮김 / 생각의나무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미술책이다. 읽어도 읽어도 새로운 게 미술책이다.;; 그림 읽어주는 다른 책을 접하지 않은 사람한테 입문서로 꽤 괜찮은 책이지만 좀 불만스러운 부분은 저자의 목소리가 좀 일관되지 않은 경향이 있다. 폴록 부분 먼저 읽고 흥미로워서 뭉크편을 읽었는데 뭉크에 대한 해설은 좀 피상적이고 변두리 사건을 늘어 놓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는 내 탓도 있을 게다. 폴록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기에 저자의 관점이 흥미로웠는지도 모른다.  

폴록이 한 말을 읽으면서 현대미술에 대한 잡생각을 좀 해봤다.  

현대미술은, 확실히, 관객을 위한 것은 아니다. 폴록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 자체를 즐겼다고 한다. 관객은 화가가 아니기에 결과물을 감상하는 법을 배우고 당연시한다. 화가가 어떤 과정을 통해 그림을 완성했는지가 그림을 감상하는 데 분명히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결과물에서 과정을 즐길걸 강요하는 그림은 좋아할 수 없다. 도박하는 사람이 판돈을 잃든, 몇 배로 불렸든, 무용담이 될 수 있다. 노름꾼은 베팅하는 과정에서 스릴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듣는 사람이 노름꾼과 같은 스릴을 느낄 수는 없다. 듣는 사람한테 노름이 흥미로울 때는 결과가 어떤 사건을 가져왔을 때 뿐이다. 그러니 화가가 작업 과정에서 어떤 엑스터시를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감상자는 그 엑스터시를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엑스터시를 짐작해서는 엑스터시에 이를 수 없다.  

대신 이런 가능성이 있을 수 있겠다. 현대미술은 누구라도 작가가 될 수 있게 만든다. 전형화된 기법이 있는 게 아니니까 창작자가 의도를 가지고 작업 과정을 즐겼다면 작품이라고 칭할 수 있다. 작가의 의도가 중요하니까. 그런데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동조해준다면 더 의미있고.  

문득 디지털 시대에 글을 비교하고 싶어진다. 글이 전문적 훈련을 받은 이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라도 구사할 수 있는 도구가 되게 했다. 미문이나 비유법보다는 사고를 활자화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게 목적인 세계 중심에 블로그가 있다. 블로그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희망과 허영을 동시에 불어넣어 주었다. 그림처럼 물감이나 캔버스를 준비해야하는 수고로움도 필요치 않다. 그러나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니 그림도 의도가 있다고 작품은 아닌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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