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로치 감독 영화, <빵과 장미>를 봤을 때, 영화를 왜 이렇게 만들었나 했다. <케스>에서 보여주었던 서늘한 사실적 시선은 다 어디다 뒀는 지 의아했다. 그러다 내가 이주 노동자라면, 가정해 봤다. 핍박받는 가망성 없는 현실을 화면으로 마주하기보다는 현실과는 다른 결말에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거 같았다. 한편의 비현실적 영화는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작지만 정이 넘치는 선물이 될 수 있다.
<방가?방가!>는 여러 면에서 <빵과 장미>를 떠올리게 한다. 현실에서 여러 가지 소재들을 차용해왔지만 현실과는 아주 다르게 낭만적이다. 청년실업의 대표자인 방태식이 부탄에서 온 이주 노동자 방가가 되는 비극적 현실이 눈물이 아닌 웃음으로 포장된다. 뭘 해도 재수가 없는 방가는 막장 인생에 있는 거라고는 정의감과 의리 뿐인 순진한 청년이다. 정의감과 의리는 아무때나 튀어나와 극을 끌고가는 원동력이 된다.
외국인 노동자로 위장 취업한 방가와 그 주변의 이주 노동자들 이야기인데 어떤 면에서 사실적이고 무거운 재현보다 코믹한 시선이 더 현실에 관심을 끄는데 효과적일 수도 있을 듯하다. 피부색과 말투가 다른 이들을 대할 때 처음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한테는 더. 나 역시 이주 노동자의 이야기를 미디어나 통해서 접했지 실제로 접해 본 적이 없다. 이주 노동자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게 현실에서 쉽지 않은데 이런 소재의 영화를 통해 이주 노동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도 의미있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