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light (Paperback, Reprint) - The Twilight Saga, Book 1 The Twilight Saga 1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 Little, Brown and Company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까뮈가 쓴 <페스트>에 보면, 오랑주 시가 고립되자 사람들은 변한다. 외부와의 접촉이 없으니 영화도 바뀌지 않고 같은 거만 상영되어도 극장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평소 싸웠던 사람들이 새삼 만난 사람들처럼 팔짱을 끼고 공원을 거닌다. 더 없이 사랑한다는 표정으로 페스트란 장애가 지리멸렬했던 일상을 더 없이 소중한 보물로 바꿔놨다. 장애가 사람의 태도를 아주 긍정적 열정으로 변화시켰다. 열정적 사랑에는, 그래서 반드시 장애물이 필요하다.  

진도 잘 나가는 영어 소설책으로는 베스트셀러만한 게 없다. 초반에는 아주 지루했다. 내성적 십대 소녀의 마음만 200페이지에 달하는 데 왜 사람들은 이 책에 열광하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중반에 에드워드의 헌신적이고 이상적인 사랑을 고백하는 지점부터 지루함은 급반전된다.ㅋ 나이가 들어도 여자한테는(남자가 아니어서 남자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로망이라는 게 사라질 수 없나보다. 에드워드의 기사도 정신은 책장을 급박하게 넘기는 힘이었다. 여성작가들은 여자들이 원하는 남성상을 묘사한다. 진짜 남성상이 아니라 여자들의 꿈 속에서만 존재하는 특징들만 모아놓으니 여자들이 열광 안 할 수 없다.-,.- 

물론 인간과 뱀파이어의 사랑의 근원은 뛰어넘을 수 없는 장애를 설정하고 시작한다. 뱀파이어가 되고 싶어하는 소녀와 인간의 삶을 지켜주고 싶어하는 뱀파이어 남자. 백년동안 혼자지내다 만난 짝이란다. 혼자 지낸 기간을 아는 건 충성도의 강도를 짐작케한다. 게다가 더 큰 물리적 장애로 벨라가 만신창이가 되면서 에드워드는 말한다. "You are everyting to me...The reason I am here is you..." 따위의 말을. 사랑해라는 말보다 더 흐뭇하게 하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내 인생에서 이런 말을 직접 해 볼 행운이 있으면 좋겠다.;;

벨라가 헌터 뱀파이어를 만나는 지점에서 밤 새고 읽다가 다음 날 헤롱거렸다. 이 나이에 십대들 사랑 이야기에 밤이나 새고..한심한 생각이 들었지만 뭐, 인간이 나이든다고 해서 다 철 나는 게 아니니까, 하고 위안하기로 했다. 어제 <뉴문>을 읽기 시작했는데 벨라와 에드워드의 멈출 수 없는 감정처럼 내가 시리즈를 다 읽을 지는 미지수다. <뉴문>을 좀 더 읽어봐야 알 거 같지만 귀중한 시간을 안 읽어도 그만인 책에 낭비하고 있다는 자책도 든다.   

덧. 영화도 궁금해서 dvd로 봤는데 에드워드의 이미지는 아니시다. 벨라가 에드워드를 묘사할 때 완벽하고 아름다운이란 형용사를 빈번하게 사용하는데 각진 얼굴과 삐쩍 마르고 캐주얼한 차림은 책 읽으면서 머리 속에서 그렸던 그리스 조각같은 이미지가 한 방에 날아갔다. 게다가 두 배우의 목소리는 (당연하지만) 십대들의 말투여서 우아하지 않다. 책의 지루한 부분을 다 빼고  핵심만 잘 배열했는데 인물들이 주는 아우라가 오우, 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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