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게무샤 - Shadow Warrio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16세기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다케다 신겐이 죽으면서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말한다. 그와 비슷한 무사가 그림자 무사(카게무샤) 선발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자신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건 녹록치않고 별 소득이 없어 보인다. 신겐 그림자 무사는 처음에는 저항하다가 곧 체념하고 나중에는 신겐 노릇을 즐기며 자신과 신겐의 정체성을 혼동한다. 비극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자신을 버리라고 해서 버렸는데 타인의 정체성을 획득하는 순간 사람들은 그를 비난한다. 그림자 무사는 원본의 시뮬라크르니 원본이 없으면 소용없다. 사람들은 원본의 죽음을 선포하고 시뮬라크르는 해체된다. 그러나 시뮬라크르는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는 다케다 가문 주위를 배회하며 아무도 안 알아주지만 전쟁터에도 함께 간다. 그의 내적 처절함은 전쟁만큼이나 치열하다.  

2. 굉장히 독특한 화면구성이다. 익숙하고 안정된 프레임이 아니라 사람을 위쪽에 배치하거나 아래쪽에 배치하고 3분의 2이상이 땅이나 바다같은 여백으로 표현된다. 집중받아야할 피사체의 위치가 중앙에서 벗어나면서 프레임 밖까지 무언가가 연장되어 있을거라는 상상력을 동원하게 한다. 특히 전투씬에서 많이 보이는데 블록버스터란 큰 규모라는 등식을 뒤집는 화면분할이다.  

1-1.그림자 무사처럼 원하든 원치않든 다른 사람의 생을 거짓으로 살기 시작했어도 다시 원래의 위치로 오는 게 정말 힘들까? 사람은 관성의 지배를 받기 마련인데 심리와 관성이 만나 어떤 함수 관계가 만들어낸 물리적 힘이 클수록, 사람은 행복할까, 불행할까.. 

2-1. 나중에 기회닿으면 꼭 스크린으로 보고 싶은 영화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을 단지 시대극을 주로 만들며 우리로 치면 임권택 감독 쯤 되겠지, 하는 단순한 생각을 했었다. 이건 뭘 모르고 한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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