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설 - Hear m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아침에 일어나서 <테이킹 우드스탁>을 보러갈까..<잔다르크의 재판>을 보러갈까..망설이다가 귀차니즘이 발동해서 결국, 다운 받아뒀던 <청설>과 <카게무샤>를 모니터로 봤다.-.-;
별 기대없이 봤는데 생각보다 깔끔하고 상큼한 로맨틱 코미디였고 더불어 대만의 풍경들에 혹해서 다음엔 대만에 가야지, 하고 결심했다. 이러저러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사랑은 이루어지는 해피엔딩이 오늘은 특히 마음에 들었다. "사랑과 꿈은 위대하다"라는 진부한 구절에도 암, 그렇지, 했다.
거의 꼬박 다섯 시간을 모니터 앞에 앉아있는 노동(?)을 한 터라 저녁에는 한강변으로 산책을 나갔다. 뮤즈를 동반자 삼아 비온 뒤 하늘에 남아 있는 구름의 흔적들과 잡초와 이름모를 꽃들이 어깨동무하고 있는 정돈된 길을 걸었다. 토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중년의 부부처럼 보이는 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귀는 뮤즈의 목소리를 벗으로 삼았지만 눈은 커플들을 지나쳤다. 낮에 본 <청설>에서 보여준 해피엔딩이 내게만 빼고 모두에게 찾아온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했다. 강물을 바라보며 잠시 멍하게 있다가 일어났다. 여의도 쪽에는 구름 속에서도 노을이 붉은 빛을 비치고 있었다.
쓰다보니 영화 리뷰가 아니게 돼 버렸는데..<청설>이 좋았던 건 만화같은 진공상태 때문이었고 저녁 무렵 산책은, 일상과 분리되어 만화같은 진공상태였다. 쓸쓸하지만 절대적 평온이 존재하는 그런 저녁나절. 산책로에서 나는 <인셉션>의 코브처럼 잠시 꿈을 꿨고 집에 돌아와 샤워로 꿈을 깼다. 사랑의 위대함은 몰라도 적어도 꿈의 위대함은 알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