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 Incepti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는 간단하다. 꿈을 연구 혹은 조작하는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역시나 트라우마를 간직하고 있다. 꿈을 실험하는 도중에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다. 무의식의 영역인 꿈에 도전했다가 치룬 대가다. 현실과 무의식의 경계를 드나들다 결국 그 경계를 인식하지 못하는 벌을 받게 된다. 현실에서 그는  다른 사람의 꿈에 들어가 의뢰인이 원하는 대로 다른 사람의 무의식을 조종하는 거다. 아주 진부한 트라우마를 꿈에서 꿈을 꿀 수 있는, 존 파울즈가 소설을 쓰는 방법을 차용해서 복잡하게 만들었다. 알고보면 진부한데 포장이라는 게 사람을 혹하게 하는 면이 있어서 꽤 그럴듯하게 보게 한다.

굳이 프로이트를 들먹이지 않아도 무의식을, 비록 스크린일지라도 조종하는 걸 지켜보면 꽤 흥미롭다. 실제로 꿈 혹은 무의식의 영역을 기억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추진력이 돼서 꿈을 조작할 수 있는 기계가 발명중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음악과 함께 깨어나고 깨어나면 꿈을 기억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과학적 상상력을 토대로 전개된다.  

꿈 속에서 또 꿈을 꿀 수 있고 꿈을 공유할 수 있다. 꿈은 아주 사적인 영역이다. 꿈의 주체만이 볼 수 있는 영역이고 타인의 의식이나 개입이 불가능한데 매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지극히 사적인 꿈의 영역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다면..? 영화는 액션 어드벤쳐로서의 기능을 하느라 총질 뿐 아니라 기타 등등의 의미없는 슬랩스틱한 행위들을 보여준다. 그러나 내 꿈, 그러니까 내 무의식을  누군가와 공유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일단 내 무의식을 들여다보고 뭐 캥기는 거 없나, 살펴보고 공유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의 싹이 올라온다. 현실도 해야할 것, 하지 말아야할 것 투성인데 무의식까지 누군가를 의식해서 규제를 해야한다면 참 재미없을 거 같다.  

 

2. 시각적으로는 아주 경쾌한 영화다. 파리의 한 노천 카페에 앉아 있는 주인공들 옆으로 팝콘처럼 부풀어 터지는 고풍스런 건물의 잔해들. 고풍스런 건물들이 하늘을 이루고 측면을 이루는 장면은, 단순한 액션 영화라고 분류하기에는 많이 섬세하다.  

오프닝과 앤딩에서 양괄식으로 보여주는 교토의 니조성 실내는 특히 반갑다. 감독이 의도한 건 물론 니조성 실내를 보여주는 게 아니었을텐데 봄에 니조성에 갔다와서 아직 니조성의 톡특한 아우라를 기억하고 있는 내겐 양괄식의 의도가 다 부질없어 보인다.ㅋ

3. 크리스퍼 놀란 감독의 연출 기법은, 일종의 고풍스러움이 배여있다. 단순한 액션영화로 분류하기에는 안 어울리는 그 어떤 것이 있다. 진부한 주제를 참신한 소재로 풀어가는 것-문학으로 치자면 문체에 대한 탐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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