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강우석 감독의 영화는 명쾌하고 젠체하지 않고 직설적이지만 늘 흥미롭다. 선과 악, 혹은 정의와 불의에 대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강우석 감독의 영화에 드러난 정의는, 제도권은 당연히 그래야지, 하는 바람이나 판타지가 담겨있다. 이런 판타지는 영화에 그대로 드러나서 마초 근성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강우석 감독이 내세우는 영웅들이 현실과 괴리가 있는데 마초적 기질이 슬프게도, 사실성 부재를 채우고 있다.  

<이끼> 역시 전작들과 같은 선상에서 출발한다. 정의를 집행하기로 약속된 공권력이 등장한다. 전직 형사와 현직 검사. 전직 형사는 부패를 택하고 현직 검사는 정의를 택한다. 죄 지은 자를 회개시키며 구원을 받았다고 믿게 만드는 말빨을 지닌 종교인 등장한다. 기도원장과 기도원의 선생으로 불리는 정의의 사도는 두 얼굴로 등장을 한다. 세속적 관심을 초월한 기도원 지도자가 과연 현실에 밀착한 죄 지은 양들을 구원할 수 있을까.  

속세의 인간들은 죄를 짓고 죄를 잊기를 원하지 죄를 기억하면서 가시밭길을 가길 원하지 않는다. 인간이 원하는 건 면죄부지 죄에 대한 기억과 참회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류목형 선생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 교회당이 아닌 교회 건물 꼭대기에 달린 십자가와 비슷하다. 사람들은 십자가의 상징성을 믿기보다는 교회가 보장해주는 자신의 사소한 편안함을 더 믿는다.  그러니 두 무정부주의자인 전직 형사와 교회 십자가 같은 사람이 제도권이 제공하지 못하는 갱생이 가능한 세계를 건설하겠다는 건 백일몽이다.  

무정부주의자는 규제를 피하거나 이용해서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할 꿈을 꾸고 영혼이 하늘에 가 있는 사람 역시 아담과 이브가 살았을 법한 낙원을 꿈꾸니 사람들이 원하게 아닌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려는 꿈은 같다. 영지(유선)의 말을 통해 두 무정부주의자의 간극이 드러난다. "유생님은 구원을 해줬지만 이장님은 복수를 해줬죠." 복수와 구원은 <이끼>의 핵심이고(원작도 그런지는 모르지만) 강우석 감독의 영화들에서 볼 수 있는 테마다.   

이 영화가 스릴러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스릴러의 관점보다는 감독이 다루는 정의에 대한 태도에 난 더 관심이 간다. 원작을 안 읽었지만 원작은 원작이고 영화는 영화다.

덧. 이 영화들은 캐릭터들의 상찬이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다들 한 연기와 개성하니시 짧은 시간에 깊이를 전달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주연, 조연들 모두 살아서 파닥이는 물고기들같다. 물에서 나와 파닥거릴 때마다 햇볕을 받아 반짝거렸다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인물들. 인물들이 모두 살아있어도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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