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타네 씨, 농담하지 마세요
장폴 뒤부아 지음, 김민정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인생은 많은 사소한 사건들과 조금의 큰 사건들로 이루어진다"고 로알드 달 님이 말했다. 어떤 사람은 인생이 권태롭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인생이 아름답다고 하는데는 태도와 시선의 문제다. 대부분은 사소한 반복되고 지루한 일에만 집중하는 사람은 인생이 무료할 것이고 가끔 일어나는 큰 일에 집중하는 사람은 인생이 경이롭다고 말할 것이다. 나는 어느 쪽일까? 사소한 반복적인 일보다는 가끔 일어나는 큰 일을 바라보고픈 마음은 굴뚝같지만 아쉽게도 많은 사소한 일에 눈을 돌려버리는 부류다.-.-
<타네 씨, 농담하지 마세요>는 사소한 일을 어떻게 흥미로운 일로 바꿀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장 폴 뒤부아의 재치넘치는 필력은 타네 씨의 비루한 일상을 모험으로 바꾼다. 타네 씨는 애물단지 저택을 삼촌한테 받아서 수리를 시작하기 전까지 반복적이고 사소한 일에 집중하는 삶을 꾸려갔다. 집수리를 1년동안 시작하면서 많은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만 반복되는 일 속에서 타네 씨는 사람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모험처럼 묘사한다. 모험같은 삶, 흥분되는 삶이란 꼭 집을 나서거나 직장을 뛰쳐나와야 한다는 공식을 잠재의식 속에 품고 있는데 모험이란 사소한 일상에도 늘 깃들여있다. 타네 씨는 집수리라는 일상적 일을 모험으로 바꾸는 모험가다.
여러 일꾼들과 짧게는 삼 일, 길게는 몇 주동안 함께 일하면서 그들의 독특한 개성과 그 개성이 타네 씨에게 불러온 파장들은, 타네 씨한테는 물론 즐거움이 아니었다. 물로 흠뻑 젖은 침대에서 잠을 잔다거나 수도관이 터져버린다거나 빗물이 새는 일을 겪는 사람이 재밌는 모험이라고 생각한다면 제정신일리가 없다. 모험과 일상의 가장 큰 차이는 유효기간이다. 모험은 끝이있고 일상은 끝이 없다. 적어도 일상의 주체가 숨을 거두기 전까지는 일상은 지속된다. 유효기간의 유무는 인간의 자비로움과 의지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아무리 힘들고 험난해도 언젠가 끝난다면 참고 견디는데 한 몫한다. 지리멸렬한 일상이 아름다워 보이려면 일상에 균열이 일어나서 폭발하해야한다는 게 전제조건이 아닐까. 집수리 전의 시간들을 그리워하는 타네 씨처럼. 모험 그 자체가 가치있기보다는 모험 전 혹은 모험 후에 대한 지리멸렬을 되찾기 위해 모험이 필요한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