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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 - 현대성의 형성-문화연구 10
김진송 지음 / 현실문화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음...현대성, 모던의 정확한 개념은 과연 뭘까,로 시작하자면 아주 복잡한 문제가 돼버린다. 이 에서 사용하는 '모던'이나 '현대성'의 개념은 주입식으로 들었던 모던의 일반적 개념과는 많이 다르다. 게다가 내가 비교하려던 건 서구의 시각에서 분류해 놓은 모더니즘이라 처음에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결국 간단하게 말하면 이 책에서 사용하는 모던은 서양문물에 대한 개방, 산업화와 도시화에 관한 물리적 고찰이다. 정신적 고찰이나 철학적 사유의 싹틈은 아쉽게도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은 꽤 가치있고 재밌다.
1950년 이전을 주로 다루었는데 실제 문헌들을 더 읽어보기에 붙여서 당시의 현장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룸펜, 모던 보이나 모던 '껄'은 대체로 잉여 지식인으로 불안과 무력감을 갖고 산다. 물질의 풍부함은 모두에게 돌아가는 건 아니어서 상대적 불안감이 생기고 도시화는 도시 빈민과 잉여 노동력을 만든다. 카페의 등장은 잉여 지식을 풀어놓는 토론장이 된다.
2010년은 어떤가. 놀랍게도 비슷하다. 대학진학률이 80퍼센트에 달하고 석박사는 남아돌고 노동자들은 신상 전자제품과 명품을 사기위해 영혼을 잠식당할 정도로 노동력을 판다. 의료기술마저 발달해 동안 만들기, 피부 가꾸기를 하지 않으면 자기 관리가 못하는 게으른 자로 낙인 찍히기 쉽다. 카페에는 노트북과 아이팟을 벗 삼아 혼자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카페는 사교의 장이 더 이상 아니라 혼자만의 세상을 구축할 수 있는 정거장이다.
각종 신문물은 사용자의 생각이 들어가지 않으면 문화가 될 수 없다. 이 책이 아쉬운 건 문화를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2010년이 재미없는 이유는 문화 없이 문명만 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