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꿈꾸는 기적 : 인빅터스 - Invictu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며 내 영혼의 선장일지니."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보내기 시작한 건 2004년 작,  <밀리언달러 베이비>를 본 후 부터다. <밀리언달러 베이비> 이전에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피부가 얇아서 엄청 주름많고 '빼빼로' 같은 몸을 지니신 노배우일 뿐이었다. <밀리언달러 베이비>에서 보여준 이스트우드 옹의 세계관은 깊은 울림을 주었고 우아한 사람의 모범을 보여준다.  

그의 영화는 광택나는 화면으로 관객을 유혹하지 않는다. 시종일관 진지하고 슬로우 템포고 기품이 있다. 오래되서 빛이 바랬지만 깨끗하게 세탁해서 정성스럽게 다림질된 셔츠를 입은 사람한테서 풍기는, 기품이 영화에 배어있다. 그의 영화들을 보면 독백같은 일기를 써 내려가는 거 같다. 담담한 어조로 서술하면서 놀랄 일은 없지, 하는 관조적 시선을 보낸다. 냉소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애잔한 시선이 심장을 따뜻하게 한다.

그는 "정치에는 관심 없고 보수주의자며 독실한 크리스천"이라고 했던 걸 읽은 적이 있다. 그의 영화 속에는 진정한 보수주의자는 어떤지 혹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인물들이 있다. 그들은 정치에는 관심이 없지만 정의와 모순을 구별하는 분별력이 있고  기성세대나 기득권층은 사회적 약자와 더불어 살 의무가 있으니 실천한다.

<인빅터스>는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시작하지만 넬슨 만델라의 전기영화는 아니다. 27년간 투옥생활을 했던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을 바꾸는 이야기를 한다. 럭비란 스포츠를 수단으로 한다. 스포츠에 은폐된 이데올로기를 마음껏 이용하는 이야기지만 시장 경제에서처럼 자본 축적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극심한 분열 상태에 있던 인종갈등을 푸는 실마리로 이용한다. 감상적인 면이 분명히 있지만 감상적 태도 너머에 투박하지만 부조리에 대한 통찰이 선행되서 불쾌한 스포츠 영화로 흘러가는 걸 막는다.   

<그랜 토리노>에서 백인 할아버지나 <인빅터스>에서 흑인 대통령처럼 가진 자(혹은 가진 것처럼 보이는 자)가 올바른 시선을 가질 때 세상은 희망으로 넘친다. 윤리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메시지지만 이스트우드의 진지함이 터무니없는 희망을 비웃지 못하게 한다. 진심으로 꿈을 믿는 사람을 우리는 비웃을 수 없다. 존경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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