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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즈는 왜 프로이트를 숭배했을까? - 경제학자들이 말하지 않는 경제학 이야기
베르나르 마리스 지음, 조홍식 옮김 / 창비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광고문구만큼 참신하거나 창조적 생각들이 들어있는 책은 아니다. 케인즈가 프로이트를 숭배한 이야기도 아니다. 나도 제목 때문에 낚였는데-.-; 원제는 앙띠마뉘엘 데꼬노미antimanuel d'economie로 경제학 입문서에 저항하기 쯤 될까나...구성도 참 산만하게 되어있어서 책장이 안 넘어간다. 챕터별로 저자의 주장을 몇 페이지 쓰고 다음에 읽어보면 좋을 글들이 문학, 철학뿐 아니라 신문기사까지 총 망라한 여러 분야에서 발췌, 수록 되어 있다. 아마 어디 잡지나 신문에 연재한 글을 모은 게 아닌가, 싶은 구성이다. 발췌문은 편집자가 페이지수를 맞추기 위해 끼워넣은 거고.
반자유주의 시장경제에 관해 처음 글을 읽는다면 새로운 시각이겠지만 반자유주의 경제에 관한 글을 좀 접했다면, 이 책에서는 유머러스한 독설이 눈에 들어온다. 체계도 없고 중구난방식이어서 반자유주의 경제 입문서로는 비추다. 제목을 보고 주문했던 독자로서 기대치가 너무 달라 말이 길어졌는데 아무튼, 쓰고 싶은 말은 이런 게 아니라 지적재산권에 관해서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장하준 교수는 지적재산권이 독점권으로 이어질 수 있고 지적재산권의 확대로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경제 불균형은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지적재산권의 범위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지적재산권에 대해 많은 분량을 할애했고 좀 더 직설적이고 국가와 국가간의 불균형보다는 일상적 불균형에 대해 비꼬고 있다. 과격하게도 발전을 저해하는 이기적 행위라고 한다.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많은 부분에 동의한다.
요즘 문화컨텐츠에 강력히 시행되고 있는 저작권법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종종 의문을 품곤한다. 내 일상적 예를 들면 이렇다.
내 경우에, DVD를 살 때는 극장에서 못 본 영화도 있지만 소장한 DVD 중 절반은 (어떤 경로든)영화를 본 후에 사게 된다. CD 역시 마찬가지일 때가 많다. 들어보고 좋아서 갖고 싶다는 욕구가 발현다. 소유욕은 원래 최초의 체험이나 자극이 전제된다. 파스타를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세상에서 제일 맛 있는 파스타가 있어도 주문할 줄도 모르며 사 줘도 맛 있는 줄 모른다.
영화나 음반 다운로드 싸이트에서는 제휴 컨텐츠를 이전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가격에 파일을 팔고 있다. 어떤 최신 한국영화는 3천5백원이나 한다. 몇 백원이면 볼 수 있던 영화들이 열 배도 넘는 가격으로 팔린다. 소비자의 논리가 작용해 망설여진다. 각종 할인혜택을 받으면 1천원만 더 주면 질 좋은 화면으로 극장에서 볼 수 있는데 하면서 말이다. 과연 영화가 10배나 되는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을까 재보게 된다.
어차피 볼 가치가 있는 영화는 개봉 했을 때 극장에서 봤기 때문에 열 외다. 문제는 극장에서 보기에는 거시기한 영화지만 궁금한 경우 소비자 심리는 저울질을 한다. 내가 지불한 비용에 대한 최대 효과를 점쳐본다. 다른 사람들의 별점이나 잡지의 평을 보고 포기할 때가 많다. 물론 나는 우연히 좋은 영화를 감상할 기회를 포기함과 동시에 안 봐도 그만인 영화를 포기하는 거다. 저작권을 행사하는 판매자 역시 DVD나 CD에 대한 잠재적 구매자 한 명을 잃어버린다. 판매자가 저작권을 요청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상품성이 있는 창조물에 대해 마땅한 대가를 지불받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험방지는 소유욕을 잠재우며 시장에서 소비자로 활동하는 걸 막는다.
내가 공짜로 모든 걸 이용하겠다는 게 아니다. 영화나 책, 음악은 충분히 그 독창성을 보호받아야 하지만 찾는 이 없이 보호만 받는 작품이 과연 문화콘텐츠로서 존재할 수 있을까? 특히 이름없는 인디싱어송라이터들이나 독립영화들은 더 보호를 받아야하지만 반면에 그 보호 때문에 관객은 접할 의지를 상실한다면 인디뮤직이나 독립영화들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이런 논쟁이야 인터넷에서 음악을 규제하기 시작하면서 있었다. 그러나 기업은 완강하다. 각종 음원에 대한 수입을 늘이고 있지만 음반 판매와 수입이 규제 전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상승했는지는 발표한 적이 없다. 관객과 소비자에게 도덕적으로 접근해서 불법다운로드에 대한 죄의식을 심으려고 캠페인을 하고 있다. 죄의식 때문에 지갑을 선뜻 열게 되지는 않는게 시장경제이다. 소비자한테도 이윤추구는 마찬가지여서 이윤발생이 죄의식을 이긴다.
요즘 예전과 다르게 B급 한국 최신영화들을 못 본다. B급의 영화들이 DVD로 만들어져도 팔리지 안을텐데 파일다운료를 1천원 미만으로 내리면 좋겠다..(거창하게 시작해서 내린 결론이 저렴하지만;;; 시장의 속성이 겉으로는 진지하지만 속으로 저렴한 인간의 본성이 작용하는 곳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