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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왈츠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박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장호연 옮김 / 마티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월은 뇌와 사고의 상관 관계에 관한 독서 기간으로 잡았다. 한 분야 혹은 어떤 분야의 전문가의 사유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면 적어도 몇 권의 책을 읽어야하니까 스티븐 핑커의 <언어본능>과 함께 주문했는데 핑커의 책은 내 기대치에 못 미쳤던 터라 대니얼 레비틴의 책은 더 반가웠다. 저자는 인지 신경과학자(이런 분야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인데 인지 신경과학에서 다루는 게 내가 궁금하게 여겨왔던 거다! 브로카 영역이 손상되면 통사론에 문제를 일으켜 문장을 말하지 못하고 베르니케 영역이 손상되면 단어발음이 힘들어진다는 이런 뇌의 지도를 만들어가는 게 궁금했던 게 아니라 사고할 때의 뇌의 변화다. 또는 사고할 때 뇌는 어떻게 작용하나.
그동안 내가 몰라서 그렇지 이런 궁금증에서 출발한 거인들이 수도 없이 많다. 베르그손이 왜 <물질과 기억>을 썼는지 알거같고, 들뢰즈과 말하는 운동과 이미지의 실체의 윤곽에 이제서야 조금 다가간거 같다. 왜 인문학을 다루는 학제에서 들뢰즈나 베르그손을 읽기 전에 이런 뇌 과학 개념 책을 읽으라고 아무도 말 안하는가. 삽질을 덜 할 수 있는 독서루트인데. 쩝.
이 글은 음악을 들을 때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로 집약되지만 전반적인 뇌 작용에 대한 개괄적 설명을 동시에 한다. 그러면서 음악개론 같기도 하다. 음악적 요소 개념에서부터 음악과 소음과의 차이를 이론적으로 친절히 설명해준다. 음악을 들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청각기관을 거쳐 뇌 뉴런들이 연쇄적으로 작용하면서 마약중독자가 마약을 흡입할 때처럼 도파민이 나온다고 한다. 이렇게 대략적 틀은 알 수 있지만 아직까지 현대과학으로 뇌의 정교하고 복잡한 연산작용에 대해서는 신비를 풀 수 없다고 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결과가 아니라 뇌에서 곡조를 기억하는 과정과 음색이나 조가 변해도 곡조를 저장소에서 불러내는 과정이다. 음악 뿐 아니라 기억 일반과도 관계가 있다. 문장을 기억할 때와 노래를 기억할 때, 뇌에서 연산작용이 일어나는 곳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내 관심은 기억일반에 관한 것이다. 모든 기억은 왜 왜곡인가,에 대한 대략적 설명이 명쾌하게 나와있다. 철학자들이 어려운 말을 사용한 게 과학에서 설명하지 못한 부분을 극복하려고 여러 가지 개념들을 사용했다는 걸 이제서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