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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된 진실 - 계급.인종.젠더를 관통하는 증오의 문화
데릭 젠슨 지음, 이현정 옮김 / 아고라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 아침 신문에서 하워드 진 인터뷰를 읽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정치인이나 선거가 아니라 소시민 운동이라고. 아멘. 오바마의 대테러 대응이 실망스러운 건 오바마가 테러를 없앨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거다. 오바마 혼자서는 테러를 막을 수 없다. 테러에 대한 일반인의 시각이 바뀌어야지. 미디어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경제에 관한 보도들이 많은 사람들의 일상과는 관계가 없다고. 매일 코스닥지수의 등락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일부 부자들이고 수출입 무역수지는 재벌기업의 관심사고. 극단적인 거 같지만 우리는 미디어에 길들여져 미디어가 만드는 분위기에 휩쓸린다. 각 개인이 좀 더 현명한 시각을 가지고 현명한 선택과 행동을 한다면 세상을 달라질 거란 말이다. 덜 경쟁적이고 덜 불안한 사회. 살기 좋은 사회란 풍족한 사회가 아니라 덜 불안해서 경쟁에 관심을 덜어낼 수 있는 사회인 거 같다.
<거짓된 진실>은 이런 관점의 글이다. 우리 모두가 서로를 의심하고 증오하도록 세뇌당하고 있다는. 그래서? 하고 책장을 덮으면서 반문한다. 꽤 두꺼운 분량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얻을 수 있는 게 고작 반문이다. 이런 책의 한계가 어떤 사실을 바로 보게 하는 데서 그치는 거다. 이럴 때, 일반 독자는 힘이 빠진다. 책에 어떤 길이 있을 거라고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는데 결국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바로보는 게 해결을 위한 첫 단계라고만 하니. 나처럼 이중적 잣대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한테는 내가 정신차리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만 안겨준다.
저자 역시 자신이 찾고 있는 게 뭔지 갈팡질팡하고 독자한테 하워드 진의 말을 읽어준다.
"우리의 문제가 시민 복종이다. 우리의 문제는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정부 지도자들의 명령을 따라 전쟁에 나갔다는 것이다. 그 복종 때문에 수백만이 죽었다. .......우리의 문제는 전세계에서 가난과 기아와 어리석음과 전쟁의 잔인함 앞에서 사람들이 복종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문제는 감옥은 좀도둑으로 넘치고 큰 도둑들은 나라를 운영하고 있는데도 사람들이 복종을 한다는 것이다. 그게 우리의 문제이다."
우리의 불안의 근원을 뿌리 뽑는 일은, 우리 스스로가 헤쳐나가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