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파티 피플 - 24 Hour Party Peopl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안톤 코르빈이 감독한 <컨트롤>은 조이 디비전의 리드 싱어 이안 커티스의 삶을 다루고 있다. 낮에는 직업 상담소 직원으로 전화를 받고 서류를 접수하고 주말이면 무대에서 노래를 하다가 음반 계약을 하고 미국공연을 시작할 즈음 목을 매고 자살을 하기까지 시간을 음악과 함께 다루었다. 이안 커티스가 목숨을 버린 이유는 이안 커티스만 안다. 영화는 그가 그런 행동을 하기 직전까지의 궤적만을 담을 수 있을 뿐이다.  

마이클 윈터바텀은 <컨트롤>-2007년작-보다 먼저 만든 <24시간 파티 피플>(2002년작), 조이 디비전을 데뷔시킨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TV쇼 진행자인 토니 윌슨이 이끈 팩토리 레코드사를 중심으로 70, 80년대의 대중음악, 나아가 대중문화를 바라본다. 극을 이끌어가는 토니 윌슨이 종종 카메라를 대고 관객에게 말한다. 마치 그것이 알고싶다, 같은 프로그램과 같은 진행방식으로 내레이션이 삽입된다. 팩토리 레코드를 거쳐간 그룹들이 공연하는 장면들이 마치 다큐장면처럼 배경으로 삽입되지만 실제 필름이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장면을 다큐처럼 찍고 편집했다. 락의 정신처럼, 약간은 흥분되고 무질서한 이미지들이 각기 흩어져 있는 것 같으면서도 모두 하나의 이야기를 위해 모였다. 윈터바텀의 유려한 기술-흔들리는 카메라, 불안정한 컷, 무수한 교차 편집술-은 눈으로 즐기는 락큰롤 같다.

이안 커티스가 죽은 후 70년대가 마감하고 80년대 나이트클디제이의 시대가 오는 중심에 있었던 사람의 이야기를 주변과 함께 엮어내는 관점을 택한다. "변화는 절망인 동시에 희망이다. 행복한 시절은 곧 지나가고 불운한 시절이 온다. 불운도 마찬가지다. 곧 사라지고 좋은 시절이 온다.."고 토니 윌슨의 나이트클럽이 불황(?)일 때 한 거지가 그의 뒤통수에 대고 하는 말이다.   

한국영화 <고고70> 소재인 데블스와 고고장의 이야기가 이 영화에서 모티브를 빌려온 것 같다. (감독이 아니라고 말하면 할 말 없지만 영화를 보면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들거다) 독창성이나 참신함 따위는 없어도 적어도 70년대를 살았지만 꼬맹이라 직접 체험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70년대의 분위기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어서 재밌게 본 영화다. 80년대, 90년대 그리고 그 후를, 우리는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맨체스터와 음악에 대한 애정이 묻어있는 <24시간 파티 피플> 같은 영화가 진짜 부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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