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바 - Genova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마이클 윈터바텀의 영화라 meff때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맞았는데 집근처 극장에서 개봉했다! 곧 상영관에서 내릴 영화라 부랴부랴 갔다. 토요일 오후,  유난히 커플들로 북적거리는 극장인데 <제노바> 상영관에는 몇 커플 없었다. 다른 영화란 시작하는 시간이 겹쳐 5분이나 늦게 들어가서 오프닝을 놓쳤다. ㅠ.ㅠ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오프닝 놓치는 건데..  

역시 마이클 윈터바텀답다. 글이나 그림이란 매체도 사람의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는 걸 볼 때 마음이 동하는데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란 매체가 아무리 기술적 발전을 뽐내는 매체라고 해도 내게 영화는 글이나 그림과 같다.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그저 잘 만들었네, 란 감상에서 그친다면 감정을 전달하는 영화는 때깔 좋은 기술이 갖지 못한 숨결을 불어넣는다.  

감독의 카메라로 본 이탈리아의 제노바란 도시는 내 상상 속에 그려져 있는 도시란 너무 달랐다. 좁은 골목길에 회벽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벽과 볼레가 있는 창문들이 있는 구시가는, 내게 이국적 낭만으로 고정된 이미지였다. 불편함이나 근심도 낡은 회벽처럼 희미해서 숨길 수 있을 거 같은 부러운 골목길이다.  

그런데 윈터바텀의 카메라는 이런 낭만을 산산이 부순다. 뜨거운 볕 아래서도 그늘진 그 골목길이 카메라의 높은 각도와 흔들림으로 낯설고 대상없는 공포로 표현된다.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 갔을 때 늘 갖게 되는 긴장감이 그대로 전해진다. 특히 엄마를 사고로 잃고 시카고에서 제노바에 살게 된 두 자매에게 제노바는 전혀 낭만의 도시가 아니다. 부모의 간섭을 귀찮아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기 시작하는 십대 후반의 소녀와 죽은 엄마를 골목에서 마주치고 잠자리에서 마주치는 열살쯤(정확히 나이는 모르겠다) 되는 소녀에게는 낯설고 적응해야하는 새로운 생활공간이다. 좁은 골목 모퉁이를 돌때마다 무슨 일이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불안한 공간이다.  

그에 반해 자매의 아빠는 새로운 공간에 잘 적응한다. 집에 돌아오면 두 딸의 보호자란 역할이 버겁게 보이긴 하지만 집 밖에서는 제노바란 도시를 즐거운 공간으로 인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하는 아빠와 위태로운 골목길을 돌아 집에 돌아가는 두 자매의 뒷모습은 이런 내 구구절절한 느낌을 적는 게 쓸모없이 여겨진다. 흔들리는 카메라와 골목길을 걸어가는 두 소녀의 뒷모습이 이 영화의 가치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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