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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스 앤 젠틀맨 - And Now... Ladies and Gentleme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하이퍼텍 나다에서 끌루드 를루슈 특별전을 한다. 끌로드 를수슈를 검색해보니 꽤 많은 영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끌로드 를루슈하면 역시 <남과 여>다. 다음주에 필름으로 볼 수 있다. 두근두근ㅋ 머리속은 온통 <남과 여>의 아우라로 가득 차 있는 상태에서 <레이디스 앤 젠틀맨>을 봤다. 역시 끌로드 를루슈! 사랑이란 주제로 영화기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해주신다. 파트리샤 까스의 노래가 영화 전체를 지배하면서 한 편의 뮤직비디오같다. 음악과 대사의 절묘한 조화, 교차편집이 주는 몽롱한 스피드. 모로코 페즈의 뜨거워서 모든 색이 바랠 것같은 강렬함.
두 사람이 사랑하는 내용이면 진부했을텐데, <남과 여>를 만든 감독답게 그런 진부함은 쳐다도 안 봤다. 각기 다른 이유로 모로코의 페즈-풍광 역시 가슴을 설레게한다-에 온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 기억상실증. 호텔바에서 노래를 하는 여가수와 보석전문털이범이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이루는 기억에 만족하지 못한다. 자신을 배반한 남자를 여전히 잊지 못하고 대신 다른 기억들을 잊는 여자, 보석강도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 기억을 잊은 남자. 페즈란 공간은 자신의 과거와 단절할 좋은 기회를 부여한다. 낯선 곳에서의 짧은 체류는 현실적 공간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그 효험을 발휘한다. 남자는 자신이 훔쳤던 보석들을 돌려주고 빚을 갚고, 여자는 다른 사람을 사랑할 의지를 갖는다. 영화 속 해피엔딩이 가끔은 꿈을 준다. 영화가 끝나고 바람이 꽤 부는 어둠속을 걸어 환한 지하철을 타고 집에 와서 잠들때까지 영화 속 꿈이 나에게도 일어날 것 같았다.
그러나 아침에 눈을 뜨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영화처럼 나는 다른 삶을 살 준비가 돼있지 않다. 대신 현실은 꿈같은 여행지와 대비되어 더 암울하고 그 암울함에 적응해야하는 게 여행 후 치뤄야하는 댓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