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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애쉬 : 달리가 사랑한 그림 - Little Ashes
영화
평점 :
현재상영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그라나다 근교 출신의 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짧은 생애를 담은 영화다. 제목만 보고 살바도르 달리 이야기일 거라고 짐작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더 흥미롭게도 로르카의 이야기다. 스무 살 무렵, 달리를 보고 첫 눈에 반한다. 달리에 대해 우정이라는 도덕과 사랑이라는 욕망이 동시에 휘몰아친다. (이 부분은 꽤 놀랐는데 달리가 밝힌 바에 기초한다는 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모르겠다.) 누군가의 일대기를 두 시간 분량으로 압축하는 일은, 보람없는 일처럼 보인다.
달리가 루이스 부뉴엘을 따라 파리로 가면서 둘의 관계의 소원해진다. 학창시절 친구가,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다른 길로 들어가는 자연의 섭리대로 두 사람은 점점 다른 곳을 향해 질주한다. 로르카는 참여문학의 길로, 달리는 탐미적이고 자신만의 세계로 침잠한다.
영화는 소재를 제외하면 관습적이다. 연대기 순이며 달리, 로르카, 부뉴엘이 등장하지만 세 사람을 평면적으로 묘사했다. 각 인물의 특성만을 잡아서 단편적으로 담았다. 부뉴엘은 다혈질이고 기회주의자처럼 보이고, 달리는 편집증을 지닌 피터팬처럼 보인다. 세 거장을 영화 한 편에 담으려는 부작용처럼 보이기도 하고.
로르카의 이야기니, 종종 등장하는 로르카의 시구절들이 미덕이다. 어제 영화를 보고 와서 로르카의 산문집 <인상과 풍경>을 다시 펼쳐봤다. 스무살에 남부지방을 여행하면서 쓴 기행문인데 이 영화가 주로 다루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사물과 풍경을 바라본 인상을 묘사하는 글모음이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나뭇잎들 속에서 부서지는 햇살처럼, 로르카의 문장들은 눈부시게 투명하면서도 적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