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이후 허진호 감독 영화를 다시 보지 말아야지 했는데...아, 정우성이 나온다니. 정우성, 이병헌, 장동건 등은 조인성이나 소지섭 등등의 나이 어린 배우들이 갖지 못한 아우라를 가지고 있다. 정우성이 웃을 때 생기는 눈가의 주름, 통통해진 볼이..아무리 조각같은 미남들이어도 나와 같이 늙어가고 있구나..하는 연대감이 있다. ㅋ
정우성이 나오는 영화를 은근 다 찾아보는 거 보면, 정우성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갖고 있다. 이 영화에서 정우성은 그 전과 다르게 날렵하기 보다는 상당히 통통해 보인다. 그래도 그 아름다움은 여전하지만. 고원원도 아름다운데 정우성의 미에 가려서 스크린 위 시선은 정우성에게 시종일관 쏠렸다.
정우성 얘기는 그만하고..기대하지 않으면 그럭저럭 볼만한 로맨틱 코미디 되시겠다. 비 내기기 좋은 시절이 오려면 먼저 가뭄이 있어야한다. 박동하나 메이나 황량한 건기를 지났다. 그들에게 물기는 간절한 것이며 흠뻑 젖을 준비를 하는 남녀는 충분히 아름답다. 더불어 만날 사람은 만난다는 불교적 세계관을 쓸데없이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현실에서도 만날 사람은 정말 만날 수 있을까? 영화에서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 걸 보면 현실은 반대 아닐까. 만날 사람은 사실은 만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니까 판타지 영화도 필요하고. 갑자기 옛사랑에 대한 기억을 몰고왔고 감독 역시 이런 판타지를 영화를 통해 재현한 게 아닐까. 뭐..
무엇보다도 엔딩이 허진호답고 좋다. 두 사람이 만날 거라는 걸 암시만 하고 박동하가 메이를 기다리는 장면에서 크레딧이 올라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 대한 내 숭배를 배반치 않는 장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