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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사회와 그 적들 2 - 이데아총서 14
칼 R.포퍼 지음 / 민음사 / 1989년 3월
평점 :
1권이 플라톤 삐딱하게 읽기였고 2권은 맑스 삐딱하게 읽기다. 칼 포퍼가 이 책을 쓴게 1963년이니까 맑스는 태풍의 눈이었을 것이다. 공산주의가 붕괴된 지금은, 맑스의 이론을 그대로 수용하는 사람은 없을 거고. 이런 시차 때문에 필연적으로 생기는 간극은 칼 포퍼의 논리를 매력적이게 보이게 하는 데 장애가 된다. 하지만 고전은 현대성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 이 책 역시 거꾸로 본다면, 자본주의 혹은 시장경제의 허점을 짚을 수도 있겠다. 포퍼는 저술 당시 계급 없는 이상 사회란 공산주의가 오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본주의적 성향이 배여있다. 포퍼가 지향하는 자본주의의 장점이 오늘날에는 다시 단점이 되고 있다.
포퍼가 대안이라고 말하는 건, 매우 유토피아적이다. 자본주의의 결점을 보완하는 식으로 체제가 발전하면 된다고 하는 데 맑스의 이론이 심리학을 배제한 과학에만 근거를 두어 실패한 것과 같다. 맑스 이론의 허구성을 이제는 왠만하면 다 안다. 피보나치 수열이 논리적이지만 자연에 적용될 수 없는 게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변수 때문에 전제만 될 수 있을 뿐이다. 맑스의 계급이론이 실패한 건 인간 심리라는 예측할 수 없는 변수 때문이다.
포퍼는 자본주의에서 종종 일어나는 부작용을 제어하려면 법률에서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부지런함을 갖춰야한다고 지적하다. 근데 이게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법률이라는 건 소수의 인간이 만든다. 물론 표면적으로 다수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법이 다수를 보호하기 보다는 다수를 규제할 때가 더 많다. 법을 어기는 사람이 다수가 아니라 법을 아는 소수라는 걸 주목하면 법이 과연 이상적 대안일까, 하는 의문이다.
그러면 인간에게 자율은 없는가? 없는 거 같다. 아담과 이브처럼 경쟁할 필요가 없는 사회라면 모르겠지만-하긴 이브도 규율을 따르지 않아서 벌 받지 않았는가-다수가 모인 사회에서는 진화론적 관점이 그럴듯할 수도 있게 보인다. 미국발 금융공황을 보면 자율보다는 축적에 대한 욕망을 적나라하게 말해준다. 현대 경제는 유형의 자본재만이 아니라 무형의 사회적이고 개인적 심리가 얽혀있다. 부동산 값이 오르고 금융파생 상품에 대한 공급과 수요가 연쇄적인 이런 사회에서 포퍼의 대안은 초라해 보인다.
맑스가 헤겔의 관념론에서 등을 돌리고 과학론을 대안으로 봤다면 21세기는 다시 관념론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같은데 관념을 규제 또는 좀 더 우아하게 사용할 방법론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찾지 못할 방법을 찾으려고 발버둥치는 게 이론의 역사고 인간 역사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