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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ilda (Paperback, 미국판) - 뮤지컬 <마틸다> 원서 ㅣ Roald Dahl 대표작시리즈 4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 Puffin / 2007년 8월
평점 :
오프라인 서점에서 만원 넘게 주고 샀는데 알라딘에서 오천원 밖에 안 한다. 아흑. 외국어 실력이라는 게 안 그래도 중학생 정도 밖에 안 돼는데 그나마 사용하지 않으니 급속도로 퇴화되고 있다. 언어를 학습을 하는 데 독서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같은 단어도 문장 안에서의 미묘한 뉘앙스를 느낄 수 있다. 큰 소리로 읽으면 더욱 좋다. 우리도 우리말 배울 때 큰 소리로 읽고 받아쓰기하고 그러지 않는가. 주의할 점은, 사전을 찾지 않고도 책장을 넘길 수 있어야한다. 너무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 책은 읽지 않게 된다. 또 재밌어야한다. 로알드 달의 마틸다는 두 가지 조건 을 모두 만족시키는 책이다.
그의 명성이 괜한 게 아니다. 처음에 소리내어 읽다가 읽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눈으로만 읽어야할 정도로 흡입력이 있다. 사소한 에피소드를 긴장감있게 묘사하는 데 눈 앞에 선명하게 장면이 그려진다. 아, 부러워라. 쉽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
이 책은 굉장히 폭력적이이어 사실 깜짝 놀랐다. 교장Trunchbull(경찰봉을 휘두르는 고집쟁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과 마틸다의 부모는 폭력적 세계의 대표적 인물이다.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의지는 전혀 없고 자신의 세계관을 모두에게 강요하는 탐욕적인 실체다. 마틸다의 엄마는 책을 이렇게 말한다. "Filth, if it's by an American it's certain to be filth." 흥미로운 건 미국에 대한 로알드 달의 태도다. 아이들이나 약자에게 귀를 기울이기 보다는 이런 식으로 단정지으며 폭력을 행사한다. 아이들이 혹은 약자가 폭력의 희생자가 될 수 있는 이유를 마틸다가 이렇게 이야기한다.
"Your story would sound too ridiculous to be believed. And that is the Trunchbull's great secret."
아이들/약자의 말을 믿지 않는 건 일종의 어른/권력의 공모다. 동화지만 현실을 알레고리화한다. 대화가 양방향이 아닌 일방향이 될 때 소통이 아니라 그건 눈에 보이지 않는 강력한 폭력이 된다. 폭력을 가하는 사람은 인식하지 못하지만 당하는 사람은 공포심으로 가득 차 저항할 힘조차 없게 되는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
마틸다를 포함한 어린이들과 선생님 허니Honey는 약자를 대표한다. 교장 트런치불이 아이들을 벌주고 교육시키는 독재적 방법에 무력하기만 하다. 이 무력감을 마틸다의 초능력으로 극복하는 게 동화의 한계이다. 폭력에 맞서 싸우는 방식이 초현실적 힘이라는 게 현실의 무력감을 에둘러말한다. 제도나 법이 그들을 바로 잡을 수 없다고 어린 아이에게도 암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물론 아이들이 이 초능력 이야기를 읽으면서 흥분과 상상력을 갖겠지만 초현실적 힘을 그닥 믿지 않는 어른 눈에는, 마법같은 초능력이 무기력함으로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