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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으로 본 한국역사 - 젊은이들을 위한 새 편집
함석헌 지음 / 한길사 / 2003년 4월
평점 :
이름은 익숙하고 한국사를 읽어야겠기에 선택했는데 정보도 리뷰도 안 읽고 선택했다. 책을 펼치는 순간 후회..아, 퀘이커교도... 역사기술은 역사가가 사건을 취사선택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글을 쓰는 이의 관점이 제일 중요하다. 퀘이커교도라니...나만 몰랐나. 종교적 색채가 곳곳에서 배어나는 데 참 당혹스러웠다. 많은 절제를 한 것 같은 데도 씨알 사상이 자주 출몰하는 데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일독할 가치는 있다. 세계 역사계에서 역사를 뒤집어보는 대항역사가 활발한데 한국사 역시 식민사관이나 근대가 만들어낸 민족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서술한다는 점은 의미있다. 단군이래 신라, 고려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훌륭함에 대해 제도교육이 가르쳤다면(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쉬운 점에 대해 저자는 말한다. 우리의 기질을 정확히 읽어낸다.
"한국사람은 심각성이 부족하다. 파고들지 못한다는 말이다. 생각하는 힘이 모자란다는 말이다. 깊은 사색이 없다. 현상 뒤에 실재를 붙잡으려고, 무상 밑에 영원을 찾으려고, 잡다 사이에 하나인 뜻을 얻으려고 들이파는, 컴컴한 깊음의 혼돈을 타고 앉아 알을 품는 암탉처럼 들여다보고 있는, 운동하는, 생각하는, brooding over하는 얼이 모자란다. 그래 시 없는 민족이요, 철학 없는 국민이요, 종교 없는 민중이다."(126)
그 대안인 씨알 사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적극적으로 해체하는 관점에서 얻을 건 얻고 버릴 것 버리는 게 현명한 독자의 몫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