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아메리카 - Transamerica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로드 무비는 기본적으로 엣지(ㅎ) 있는 상황에서 출발한다. 뉴욕에서 로스엔젤레스까지 횡단하는 동안의 풍경은 고즈넉함, 강렬함, 단조로움이 뒤섞인다. 광할한 미국을 횡단하는 카메라를 통해 색색의 모자이크가 펼쳐지고 삶의 풍경도 이와 비슷하다. 웃음, 분노, 만남, 헤어짐 등등으로 모자이크 돼서 한 사람의 인생이 완성된다.  

2. 트랜스젠더를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선을 잘 담았다. 정신과 의사는 미국에서는 성전환을 심각한 정신병으로 본다고 말한다. 아들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부모는, 아들의 행동이 해괴망칙하다고 여긴다. 또 자식은 아버지가 사라지는 걸 고통스러워한다.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생물학적 성을 바꾸는 게 쉬울리 없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그런 고통을 모두 감수하면서 물리적 성을 바꾸려고 한다. 고통은 있지만 후회는 없다.    

성적 소수자에 시선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성적인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직 많다. 화려함이나 섹스에 대한 탐닉 때문이 아니라 영혼과 육체가 불일치한 존재의 고통이라고 여기려면 이런 소재의 영화가 더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단, 이 영화처럼 자극은 최소화하면서 인간 내면을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

3.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자식을 만나는 건 행운일 수도 저주일 수도 있다. 마음 먹기에 달렸지만 처음에는 대체로 탐탁치않은 선물을 받은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르고, 공감과 유대의 싹이 튼다. '피'라는 근원적 뿌리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브리 역시 잘못받은 소포처럼 아들을 난감해하지만 반송하지는 못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망가져버린 십대 아들에게 브리는 개체의 존엄성을 가르치고 싶어한다. 돌보는 게 아니라 존중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아버지나 어머니의 맹목적 사랑보다 더 발전된 사랑의 형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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