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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 30주년 기념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기까지도 오래 걸렸고 책장을 넘기는데도 오래 걸렸다. 여러 동물종을 중심으로 서술되는 많은 케이스 스터디로 종잡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동물종 스터디에서 끌어내서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는 그의 주장은 간단하다.
인간종은 "유전자 기계로 조립되었지만 밈meme기계로 교화되었다." 인간이 다른 종과 다른 점은 문화라는 풀 속에서 고찰할 수 있다. 문화 전달은 유전자 전달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한다. 이 말을 전달하기 위해 수 많은 사례들을 연구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저께 한 지인이 교제중인 사람을 만났다. 이 커플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갖기 시작한 건 4개월쯤 됐다. 이들을 커플로 만든 건 '하나님god'이라는 기독교 문화다. 하나님을 만났다는 지인이 하나님을 만나지 못한 상대방을 긍휼히 여겨 함께 걸어가는 과정이 지난 해 가을쯤부더 시작되었다. 이 커플은 도킨스가 열렬히 지지하는 다윈주의 세계를 부정하는 세계에 있다. 기독교 세계는 신의 섭리와 계시가 유전자마자도 지배할 수 있는 세계다. 이 커플은 자신들의 만남을 일종의 계시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다윈주의 세계에서 신의 계시나 암묵적 신호 따위는 없다. 두 사람은 밈 풀 속에 있는 많은 요소들 중 신을 선택한 공통점이 있다. 그럼 왜 신인가? 두 사람 모두 신을 선택하고 받아들이는 게 개체 생존과 진화에 유익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애틋한 감정을 갖게 된 데 대한 다윈주의식 설명이다.
신의 섭리든 다윈주의적 이기적 진화든, 중요한 건 두 사람이 지금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낀다는 데 있다. 그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신의 뜻을 따르든 개체의 자기 복제라는 다윈주의를 따르든 인간종은 자신이 선택했다고 믿으며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려고 적어도 노력한다는 점에서 다른 종과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