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율표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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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그런데 바람은 차다. 볕의 고도는 올라가서 따스한데 바람에 실린 찬기는 볕과 비례하지 않다. 내 생활은 주기율표에 갇힌 것처럼 반복되고 책 읽는 속도는 한낮 사막을 걷는 것처럼 느리고 힘겹기만하다. 요즘 오로지 하고 있는 일이란, 밥벌이. 사람이 무언가에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면 흥분도 동요도 없다. 늘상 하는 호흡처럼 잔잔해서 심호흡이나 빠른 호흡이 자꾸 귀찮게 느껴진다.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는, 이런 게으른 호흡을 조금은 떨쳐버리게 했다.  

어떤 일을 하든 주변을 관찰하면 통찰력이 길러진다. 관찰은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프리모 레비가 화학에 대한 애정을 토대로 유태인으로 겪은 나치즘 시기의 경험이 각 원소로 작용해 프리모 레비만의 세상 주기율표가 탄생했다. 수 십 년이 지나고, 전지구적 시기, 겉으로는 적어도 레비의 시절과 비교도 할 수 없는 많은 물질적 풍요와 과학적 발전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 주기율표에 대입해도 될 것 같다. 물질의 속성이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듯이 인간의 속성 역시 크게 변하지 않는 탓일게다.

나를 둘러싼 사람, 일, 환경, 이 모든 요소들이 한 개체를 형성하는 원자고 분자다. 각각의 금속이나 화학물질이 이루고 있는 특성을 들여다보면 여러 성질이 모여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인간사를 물질의 특성이란 관점에 대입해서 바라보는 방법을 제시한 주기율표는 신선함 그 이상이다. "물질을 정복한다는 것은 그것을 이해한다는 것이며, 물질을 이해하는 것은 우주와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고 했다. 레비의 관점이다. 화학자로서 대의명분이다.  

나만의 주기율표를 작성하기 위해 바꿔야할 태도가 있다. 깨어있는 시간 중 많은 시간을 정작 보내는 밥벌이에 가치를 별로 두지 않고 자꾸 다른 길만 '꿈'꾸는데 몽상daydream이 아닌 꿈gaol으로 걸어가려면 이런 자세부터 고쳐야하는 게 아닐까. 쉽지 않겠지만 사소한 일에 조금만 더 성실하게 임하면 어떨까. 열정이란 거창한 이름보다는 성실은 쉬워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둘을 동족이고 단지 그 표정만 다른 게 아닐까, 하고 불성실하고 열정 결핍인 난 달아날 구멍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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