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에셔, 무한의 공간 다빈치 art 14
모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 외 지음, 김유경 옮김 / 다빈치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어렸을 때 재미있게 봤던 만화영화 중 <이상한 나라의 폴>이 있다. 극적인 순간에 세상의 시간은 정지하고 4차원으로 이르는 문이 생기고 폴과 친구들은 엄청난 힘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곳에서는 인형도 말을하고 강아지도 날아다닌다. 에셔의 그림은 <이상한 나라의 폴>에서 펼쳐졌던 그런 마력magical power이 있다. 답답하기도 하면서 들여다 볼수록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려 4차원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종이를 들여다보면서도 평면이 아닌 다른 세계의 끝자락을 감질나게 보고 있는 것 같다.  

에셔의 그림은 또한 수학적 상식에 대한 자괴감을 던져주기도 한다. 치밀하고 정교한 계산이 없다면 무한히 반복되는 것 같은 이미지들은 불가능할테니까. 에셔가 애초에 수학적 접점을 겨냥해서 창작한 게 아니라 수학자들이 나중에 접점을 찾아냈다고는 한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어쨌든, 수에 대한 개념 부실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분석이 아니라 에셔가 직접 강의한 내용을 묶어서 잡다한 생각을 밀어내고 그림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더불어 완벽주의에 대한 한 개인의 강박증이 없었다면 우리는 에셔의 걸작들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단점을 창작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법을 찾는다면 자신만의 색깔을 가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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