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과 풍경 펭귄클래식 40
페데리코 가르시아로르카 지음, 엄지영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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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선택케한 힘은 표지에 담긴 알함브라 궁 사진(Philip de Bay가 찍은 사진인데 그림 같은 질감이 난다) 덕분이다. 스페인 출신 작가라고는 세르반테스, 우겔 데 우나무노 정도가 전부였던 내게 로르카란 작가는 보물 발견과 같다.

나는 지금껏 안달루시아를 태양과 연결시켜왔다. 태양=과도한 열정+축제+왁자지껄...이런 공식은 소비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각종 광고에 세뇌당한 결과일 수 있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범인들이 안달루시아에 대해 갖고 있는 통념일 것이다. 플라멩코의 이면에 들어있는 한을 들여다보기 보다는 하나의 퍼포먼스로서 가볍게 소비하는 주체인 내가 조금 부끄러웠다.

로르카의 문장들은 놀라울 정도로 우울하다. 죽음과 우울의 그림자는 집시들의 검은 피부과 깊은 검은 눈동자와 닮아있다. 우울이 전부가 아니라 윌리암 터너나 카스파 다비드 프레드리히의 그림들처럼 안개 속에 쌓인 물기 젖은 풍경화들을 보는 것 같다. 문장을 읽다보면 저절로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된다. 독자를 상상의 화가로 만드는 힘이 있는 글 모음이다. 그 형식은 산문시 같다. 바깥 풍경과 내면 풍경이 교차해서 결국에는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그런 산문시.

가령, "낙조, 여름"이란 제목이 붙은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태양이 산 너머로 넘어가면서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온 세상에 묵상의 교향곡이 울려 퍼지면, 그라나다는 금빛으로 목욕한 뒤 장밋빛과 자줏빛의 망토를 입는다..."

아쉬운 건 그의 산문은 이 책이 유일하다는 것. 희곡 <피의 결혼식>, 시집이 번역되어 있지만  두 장르다 친해지기 힘든 장르라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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