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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환영 - 회화적 재현의 심리학적 연구
에른스트 H. 곰브리치 지음, 차미례 옮김 / 열화당 / 2003년 8월
평점 :
오랜만에 서점에 들렀다 곰브리치의 책을 봤다. '환영'에 완전 꽂혔는데 다 읽고나니 본전 생각이 난다. 환영illusion이라고 표지에 저렇게 커다랗게 쓰여 있는데도 phantom으로 생각했다. 미묘한 차이기는 하지만 착시optical illusion의 뿌리 쯤 되는데 얻은 정보에 비해 책 값이 너무 비싸다. -.-
미술이 역사를 갖는 이유를 인지 심리학적 관점에서 다루었다. 인지 심리학의 한계를 순순히 인정하는 요즘, 그 매력은 이 책이 처음 쓰여졌을 때보다는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쯤 투덜거리고 이 책 내내 곰브리치가 역설한 내용을 요약해보면,
동물이나 인간 모두 '사물의 불변성'에 대한 가정에 기반한 채 세계를 바라본다. 어떤 한 사물은 위치가 바뀌어도 조명이 달라져도 고유의 형태나 색은 변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 확신은 우리의 언어 구조뿐 아니라 인생관 전체에 걸쳐서 학습되어왔다. 그러므로 모호한 사물을 볼 때도 당연히 우리의 인지 배경에 바탕을 두고 모호한 기호를 사회적 기호로 받아들인다. 그림을 볼 때도 우리는 이런 인지 이론을 가동시킨다는 말이 되겠다. 그리하여 사회의 기호가 바뀌고 과학이 발달하면서 화법 또한 바뀌었다는 말을 하고 있다.
책을 펼쳤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한 기대 욕망 수치를 10으로 보았을 때 그 눈금의 4쯤만 채워진 허전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