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로니아 찬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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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신문 헤드 라인으로 보는 대공황에 준하는 상황은 사실 조지 오웰이 묘사한 전시상황보다도 더 긴박하다. 시국만큼이나 마음도 뒤숭숭하고 책도 손에 잘 잡히질 않았다. <카탈로니아 찬가>는 이럴 때 썩 어울리지 않지만 어쨌든 인내심을 갖고 오랜 기간 동안 읽어냈다. 스페인 내전을 다룬 책이 필요했는 데 마음이 더 싱숭생숭해져버렸다.

겉에서 본 전쟁과 안에서 본 전쟁 간의 간극을, 오웰은 소리높여 비판한다. 전쟁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이들은 실제로 총알을 맞을 위험이 없는 치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어제의 동지가 오늘에는 주검이 되고 이념은 시간이 흐를수록 모호해지고 연합이라는 전략은 누굴 위한 것인지 전쟁이 지속되면서 헷갈리기만 할 뿐이다.

반전을 다룬 작품들은 많이 있다. 에리히 레마르크의 <서부 전선 이상 없다>에 비길만한 감동적 작품을 아직까지 난 만나지 못했다. <카탈로니아 찬가>는 가슴 속에 박히기기 보다는 오웰이 의도했던 것, 즉 5,11장의 정적적 견해가 필요했기 때문에 읽었다. 그러면서도 오웰의 태도에는 거리를 두게 된다. 혁명을 지지하는 오웰은, 그래도 행복했던 것 아닐까? 21세기는 혁명 따위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주가지수와 환율, 유가가 지배하는 시대다. 혁명이 주가지수를 끌어올리고 환율을 안정시키며 유가를 낮출 수 있지 않는한 역사 속에나 존재하는 낡은 어휘, 또는 이따금씩 향수를 자극하는 어휘로만 존재할 것이다. 우리는 혁명을 이루려고 애썼던 이들의 마련해 준 세계에서 그들의 바람과는 정반대의 길로 질주하고 있다.

나 역시 지극히 개인적 이유에서 스페인 내전에 대한 브리핑이 필요했다. 오늘 아침에 2천원에 육박하는 유로를 보고 스페인행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이 찾아왔다. 오웰의 책을 읽고도 거시적 불안보다는 개인의 미시적 불안을 더 고통스럽게 여기는 내가 싫다. 책이 개인의 삶의 뿌리를 바꾸는 일이 가능하긴 할까. 갑자기 자신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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