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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스탕달의 이탈리아 미술 편력
스탕달 지음, 강주헌 옮김 / 이마고 / 2002년 4월
평점 :
판매완료
민음사에서 펴낸 <파르마의 수도원>을 읽다 버려두었다. 거친 번역 때문에 스탕달에게 다가가는 건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내 게으름도 있겠지만 일차적 원인은 번역 탓을 하고 싶다. 거침없고 솔직한 스탕달의 독특한 문체를 살리기는 커녕 작가의 목소리가 거슬리게 만든다.
강주헌이 번역한 이 책은, 에세이인데도 매끄럽게 번역되어 스탕달에 대한 꺼졌던 애정이 다시 슬금슬금 올라온다고 할 수 있겠다. 굉장히 독특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책인데 알라딘에서는 절판이지만 중고로 반값에 구입했다. 사랑스런 알라딘*.*
출판사 편집부의 해제와 옮긴이의 말까지 서설이 길어 대체 어떤 책이길래, 하면서 읽어갔다. 피렌체 화파 연보부터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스탕달의 즐거운 '편력'이 역동적으로 전개된다. 그 어떤 미술사 책과도 바꾸지 않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에세이다.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를 알고 싶다는 이가 있다면 주저없이 스탕달의 책을 권해주련다.
감탄은 이쯤하고,
서양 예술의 거름과 영양제는 교황과 부르주아라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스탕달은 그 문화권이니 교황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을 갖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교회가 만들어진 신의 완벽함과 선함에 대해서는 부정적이고 교황의 권력에 대해 혐오는 하지만.
스탕달의 글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교황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도 더 많은 권력을 갖고 있었다. 군주들이나 왕도 교황의 뜻을 거스를 수 없는 신을 능가하는 절대적 존재다. 그리하여 자신의 조각상이나 무덤을 장식할 묘비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다. 물론 이런 교황들의 사치가 있었기에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볼 수 있지만 말이다.
또 하나는 미켈란젤로의 삶이다. 그 기행적 삶이 단편적으로 알려져있는데 재능을 지니고 시대를 앞선 천재는 누구의 손아귀에 들어가지 않는 법이다. 그의 재능으로 교황들의 총애를 받자 주변은 시기로 가득했나보다. 정작 그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데. 예나 지금이나 인간은 크게 변하지않은 것 같기하다.
스탕달의 편력에 전적으로 동의만 할 수는 없지만 그의 통찰력과 직관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감동이란 게 그 예술가와 같은 영혼을 가진 사람에게 찾아온다는! 말은, 예술에 대한 내 기본적 태도이기도 하다. 더불어 스탕달은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에게 계속 천재라고 부르는데 , 스탕달님, 제 보기에는 당신도 천재에요.
천재가 또 다른 천재를 바라보는 시선의 각도는 충분히 독서욕을 자극한다. 늘상 천재의 이야기를 읽기만 해야하는 내 삶이 비루해보이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저마다의 운명이 있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