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김영하의 소설을 읽으며 늘 궁금한 게 있다. 왜 그의 소설들은 이기호나 김경욱의 소설보다도 더 인기를 얻는 것일까. 김영하의 소설은 물론 재미있다. 이기호와 김경욱의 소설의 재미에 관해 말하자면 김영하에 비할 바가 아니다. 게다가 삶에 대한 통찰력도 있는데 말이다. 사람들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쨌거나, 읽은지 두 주가 돼가는데 흔적을 남기지 않아 서가로 가지 못한 채 책상 위에 누워 뒹구는 책을 오늘은 집어넣으련다. 퀴즈쇼는 유감이 많다. 소녀 취향적이라고나 할까. 화자인 이민수는 엄마 얼굴도 모르고 할머니 손에서 자라 자기 밖에 모르는 여친과 헤어진 후 인터넷 퀴즈방에서 만난 서지원과 만난다. 서지원은 이민수의 모성 결핍을 돌봐준다. 이 무슨 시츄에이션이냐.

작가의 말에서 이십대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면서 썼다고 했다. 이십대일 때는 그 아름다움에 대해 모르지만 지나고 나면 가장 아름다워서 평생 그리운 때일게다. 젊음이라고 총칭하기에는 특별한 무엇이 있다. 가능성이 충만하고 열정으로 가득 차 자칫 오만으로까지 보일 수 있는, 미래를 걱정하지만 실제로는 질주하지 못하는 그런 연령층. 내 이십대를 돌아보면 불안했지만 불안의 실체를 몰랐고 꿈을 꿀 수 있었고 사랑도 했었다. 당시에는 풍요롭다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두고두고 꺼내보게 되는 그런 시절.

민수는 자발적 백수로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어른 아이다. 시간이 흐르는대로 살아왔다 더 이상 시간의 흐름대로 살 수 없는 계기를 맞이한다. 유감스럽게도 할머니의 죽음과 함께 그의 손에 떨어진 경제적 압박이다. 세상으로 나와 몸을 움직여서 밥값을 벌어야할 때가 온 것이다. 그러나 그는 준비되어 있지않고 경제적 시각에서 보면 잉여 인간에 편입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불안의 정체 중 한 요인일 수 있지만 민수는 그런 걸 고민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고시원 옆방에 살면서 9급 공무원 준비를 하는 옆방녀를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으니까. 그가 유일하게 관심있고 자신있는 게 퀴즈인데 퀴즈란 인간의 다른 많은 일들처럼 상당히 정치성을 필요로 한다. 답을 안다고 다 맞출 수 있는 게 아니다. 타이밍과 상대의 심리를 읽는 등, 변수를 활용할 줄 알아하는 게 퀴즈다. 어떤 면에서 다른 모든 인간사보다 잔인할 수 있다. 진심이 통하지 않는 게임일 수 있으니까. 민수는 빨리 퀴즈의 원리를 알아차리지만 상황은 달라진 게 없다. 민수는 달리지 못하고 계속 제자리를 걷고 있다.

이십대의 특권 중 하나는 빈둥거리며 제자리 걸음을 해도 이해받을 수 있다는 거다. 잉여 인간으로 마무리하지 않을 거란 기대가 이십대에는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민수가 사랑을 받는 이유도 이러할 수 있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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